나라가 위기에 처했을때 국가와 민족을 위해 신명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
영령들의 위혼을 기리고, 그 숭고한 애국정신을 되새기기 위해 정부는
6월6일을 "현충일"로 정하고 있다.

6.25를 상기하게 하는 6월과, 24절기중 제일 좋은 망종일께인 6일을 택한
것이다.

"민족의 성역"인 국립묘지는 관악산기슭의 공작봉을 주봉으로 한 동작동
산 언덕 43만여평을 1955년 7월 국군묘지로 지정하였다가, 1965년 3월
국립묘지로 개칭했다.

현충탑 비문에 "여기는 민족의 얼이 서린 곳, 조국과 함께 영원히 가는
이들, 해와 달이 이언덕을 보호하리라"고 씌어 있다.

이 성전에는 구한말 의병들을 위시하여 조국광복을 위하여 투쟁하신 애국
지사, 나라 발전과 민족의 번영을 위해 평생을 바친 국가유공자,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다 장렬히 산화한 국군장병과 경찰관, 예비군등 17만여명의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넋이 잠들어 있다.

묘지수요가 팽창하여 지난 85년11월 대전 유성구 갑동에 98만여평의 묘역을
새로 단장하였는데 현재 1만4천여 영령을 모시고 있다.

올해도 국립묘지에서는 제41회 현충일 추념식이 거행됐고, 호국영령들을
추모하려는 유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오전 10시 국립묘지에서부터 전국에 울려퍼진 애국선열을 위한 묵념
사이렌에 맞춰 하던일을 잠시 멈추고 옷깃을 여미며 묵념을 올린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됐을까.

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풍요가 호국영령들의 희생을 초석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우리는 한시도 잊어선 안될 것이다.

미국에는 우리의 현충일과 같은 "Memorial Day"가 있다.

Decoration Day라고도 하는데 "꽃을 장식하는 날"이라는 뜻이다.

남북전쟁후 남부쪽 사람들이 남-북을 가리지 않고 병사들의 무덤에 꽃을
장식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북군의 장군 로건이 1868년 5월30일에 "조국을
위해 전사한 병사들을 무덤에 꽃을 장식하도록" 포고령을 내렸다.

제1차대전후 이 날은 전쟁으로 사망한 병사들을 기리는 날이 되었고
1971년부터는 5월의 마지막 월요일로 정해 있다.

이렇듯 다양한 인종이 혼합되어 있고 개인주의가 팽배해 있는 미국에서
조차 메모리얼 데이가 되면 온 국민이 쏟아져나와 전몰장병을 위해 꽃을
뿌리며 다니는데 비해 우리의 경우는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조국을 위해 순국하는 것 보다 더 고귀한 희생이 어디에 있겠는가.

우리국민들도 현충일 하루만이라도 다함께 호국영령들께 감사하고 그분들의
위훈과 봉사정신을 되새겨 보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의 문화시민이 되어 현충일이 범국민적 추모의 날이
되고 국립묘지가 진정한 민족의 성지가 될 때 민족정기도, 사회정의도 바로
서게 될 것으로 믿는다.

임승태 < 서초 방배3동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