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구 증권감독원장의 구속은 증권시장 도덕성의 현주소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사건이다.

또 수사진전에 따라 증시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증권감독원은 기업공개는 물론 증자회사채발행에 대한 승인권을 갖고 있고,
증권회사 투신사등에 대해서는 폭넓은 업무검사권을 행사할수 있다.

이른바 "작전"으로 불리는 주가조작행위나 내부자거래등 불공정거래행위를
조사.단속하는 것도 책무의 하나다.

검찰발표에 따르면 백원장은 기업공개 대상업체명단에 빠져있던 업체로부터
우선적으로 상장시켜 달라는 부탁을 받고 돈을 받는 등 기업공개 법인합병
주식불법거래조사 등과 관련, 뇌물을 받고 특혜를 준 혐의다.

그의 유죄여부는 재판을 거쳐야 확정될 일이지만 증권감독원 업무가
하나같이 이권성인 것은 사실이다.

금융비용이 덜드는 직접금융을 늘리기 시작하면서 기업공개 증자회사채
발행은 모두 치열한 경쟁을 수반하게 됐다.

특히 최근 몇년간 증시침체가 지속돼 증권시장 안정차원에서 주식수급
물량을 조절하게 되면서 상장티킷을 따려는 경쟁이 가열되는등 "뒷거래"의
소지가 그만큼 커진 것도 분명하다.

증권감독원이 제기능을 바로 하지못하면 그 피해는 곧바로 불특정 다수의
주식투자자들에게 전가되게 마련이다.

상장된지 불과 얼마되지도 않아 부도를 내는 부실기업의 공개등이 전형적인
사례다.

바로 그런 점에서 증권감독원의 핵심업무를 뇌물을 받는 수단으로 활용한
혐의인 백원장의 구속은 공정거래위관계자나 은행장구속보다 더욱 충격적
이라고 할수 있다.

이제 증시에서도 "규칙이 있는 경기"가 이루어져야 한다.

본격적인 개방의 문턱을 넘고 있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증권감독원이 진정한 의미에서 거듭 나야한다.

그러나 그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비리사건이 터질 때마다 조직개편 직원교육강화 등 갖가지 대책이 거론
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듯 시들해지고 마는 것이
우리 사회다.

경제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도 따지고 보면 바로 이런 우리들의 건망증이
원인이라고 할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래서는 안된다.

앞으로 가면 갈수록 자본시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글자그대로 "자본주의의 심장" 역할을 하게 될 증시가 계속 이모양 이꼴
이어서는 안된다.

다소 충격이 있더라도 차제에 증시관련 비리는 철저히 캐내 엄단해야
한다.

증권감동원의 조직과 기능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율이 없는 조직에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 무리라는 것은 상식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재경원과 증감원의 관계도 재정집돼야 하고, 증감원
업무중 기업공개승인 등 담당자의 자의성이 문제될 수 있는 것들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봄직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증감원관계자들의 의식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냉정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