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금융시장 개방을 앞두고 국내 금융산업을 어떻게 개편해야
하느냐는 당면과제에 대한 논의는 많지만 핵심사항에 관한 의견접근이
없어 논의자체가 겉돌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재정경제원이 한국금융연구원 등과 공동으로 작성한 "21세기 금융부문
장기구상"에 대한 공청회가 지난 20일 열렸지만 이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이 중간보고서는 지난날 실물경제의 지원역할에 만족했던 국내 금융산업을
오는 21세기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방향을 금융규제및
감독, 금융산업의 업무영역조정및 국제화 등으로 나누어 싣고 있다.

한마디로 오는 2020년까지 3단계에 걸쳐 은행 증권 보험의 겸업 허용및
합병을 통한 대형화를 유도해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지난 80년대초부터 계속된 이같은 논의가 크게 진전되지 못한
까닭은 금융권의 이해갈등 못지 않게 몇가지 핵심사항들에 대한 합의와
실천이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선 금융자율화및 금융정책 선진화를 위해 정책금융을 축소하고 재정부담
으로 넘겨야 하는 데도 성과는 매우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또한 금융기관의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소유-지배 구조를 결정해야
하는데 지배주주의 역할증대에 대해 찬-반 양론이 날카롭게 맞서 있다.

외환및 자본거래 자유화도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정착되지 못해 구조적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들 핵심사항에 대해 대안없는 논쟁대신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먼저 중소기업 지원을 포함한 정책금융은 중소기업문제의 해결책이
못된다는 점을 인정하고 지원범위를 좁혀 재정기능에 맡겨야 한다.

정부가 할 일은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단속하고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키워 주는 것이지 "밑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금융지원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은행의 경영권을 누가 어떻게 행사하느냐는 문제는 더욱 중요하고 민감한
사항으로 국내 금융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와 직결돼 있다.

예를 들면 금융산업의 업무영역 조정은 업종간 이해갈등이 심하기 때문에
형평성을 지키기 위해서도 시장자율에 맡길 수밖에 없으며 경쟁에서 탈락한
부실 금융기관들은 합병-전환-퇴출로 정리돼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경제력집중을 막아야 한다는 정책방향과 충돌을
피할수 없다.

신용창조기능과 지급-결제 기능을 하는 은행이 대기업집단의 사금고가
돼서는 안된다는 주장은 당연하나 책임경영및 경영효율 향상을 위한 대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외환 증권투자 정보화 등에 대한 전문인력을 영입하고 막대한 정보화투자를
강행하며, 합병 또는 전략적 제휴와 같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누가 결과에 책임질수 있는가.

은행의 사금고화는 경영권행사를 투명하게 하도록 하고 기관투자가의
견제역할을 강화하면 막을수 있다고 본다.

이제 경영은 민간이, 감독은 정부가 역할분담하는 은행의 책임경영체제
확립이 더이상 미뤄져서는 안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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