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중원 < 변호사 >

우리나라는 1.4분기에도 자동차, 선박, 반도체 등 중화학제품을 중심으로
수추이 22%의 신장세르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이 기간동안 수출신용장(L/C)의 내도가 감소세를 보여 경제계
일부에서는 앞으로 수출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크게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몇 년전만 해도 수출대금은 그 3분의2 정도가 신용장에 의해 결제됐다.

그러나 최근 국제무역업계는 신용장의 개설에 시간.비용.노력이 많이
소모되는 것을 피하고자 종합무역상사나 다국적기업을 중심으로 덩치가
큰 중화학 제품의 대금결제는 세계 공통적으로 주로 추심 또는 송금방식 등
비신용장(Non-L/C) 방식으로 행하고 있다.

때문에 L/C방식에 의한 대금결제는 50% 정도로 그 비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신용장 내도액만으로는 수출동향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게 된 것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여전히 보통 기업에게는 수출입에 있어서 신용장이 대단히 중요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한다.

신용장은 서로 신용상태를 잘 알지 못하는 수출상과 수입상을 매개하여
무역거래를 성사시켜 준다.

수출상의 입장에서는 그 수출대금의 지급을 국제적으로 신용이 있는
은행의 신용장이 확고하게 담보해 주기 때문에 마음놓고 상품을 배에 실어
외국으로 보낼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비록 민간기구이긴 하지만 국제상업회의소(ICC)가 1933년에 제정.
공포하여 그 동안 10여년 정도를 주기로 국제무역업계의 변화와 통신기술,
운송 수단의 발전에 발맞추어 5차례에 걸쳐 개정된 신용장통일규칙이
전세계적으로 법률과 다름없이 신용장거래를 적절히 규율하고 있어
신용장제도는 그 신뢰성이 국제적으로 널리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하여간에 신용장은 공신력있는 은행이 일정한 조건하에 무역대금의 지급을
확실하게 보장하여 주는데에 바로 그 핵심적 기능이 있다.

신용장은 결국 은행제도와 은행의 공신력을 밑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2~3년전부터 방글라데시나 중국등 동남아의 일부 후진국 은행들은 신용장을
개설하고도 수익자나 선적서류의 매입은행 등이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청구하면, 통일규칙에서는 인정하지도 않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내세워
대금지급을 회피하는 사례가 반발하여 문제이다.

이는 신용장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로 심각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지난해 교역규모가 2,603억 달러에 이르러 싱가포르을 제치고
세계 12위의 무역대국으로 올라선 우리 나라에서도 일부 은행이 신용장을
개설하고 신용장조건과 일치하는 서류가 제시되었음에도 대금지급을
회피하여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남의 탓만
할 일도 아니다.

국내 굴지의 시중은행인 K,H은행 등은 지난 94년초에 각각 태국에 있는
한국 교포 수출상 앞으로 신용장을 개설하여 선적서류가 내도했으나
수입상이 도산해 대금을 상환하지 아니 한다는 이유 등으로 대금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매입은행인 태국농업은행은 지난 해4월경 ICC에 이사건을 제소하는
한편 한국은행등에 진상조사를 의뢰하면서 방콕 주재 우리나라 대사관에도
항의를 하는등 야단 법석을 떨었다.

방콕 포스트지는 그 무렵 경제난에서 박스 기사로 이에 관해 보도했는데
당연히 우리나라 은행을 맹렬히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결국 작년 5월경에 소송이 제기되고 서울지법 민사 21부는 18일 태국농업
은행에게 원고승소판결을 선고하였다.

마땅히 지급해야 할 돈을 지급하지 않고 있으니 패소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거기다 해당 은행은 물론이요,우리나라 은행계 전체의 신용마져 먹칠을
했으니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세계화 시대에 무역대국의 위상에 걸맞는 은행의 처신이 아쉽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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