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매수합병(M&A)은 10년뒤를 보고 한다"

M&A업계에서는 한 기업을 사들이는 것은 결코 인수공작의 끝이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시작에 불과하다.

기업인수를 위해 들인 노력이상으로 소득을 올려야 M&A가 성공했다고
할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피인수기업들은 부실기업이거나 경영능력이 모자란 경우가 많다.

따라서 조직을 과감히 재정비,원가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물론 기존 임직원들과의 불협화음도 생길수 있고 하루아침에 성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M&A업계에서는 피인수기업이 인수후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적어도
10년뒤 까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인수합병의 역사가 일천해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지만 국내기업들의
기업매수합병은 비교적 성공적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우경제연구소가 지난 90년 이후 피인수 상장기업의 경영성과를
분석한데 따르면 피인수기업들은 대부분 인수후의 매출과 순이익이
인수전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 92년 삼성그룹이 인수한 삼성증권(구국제증권)은 인수당시 매출액
순위가 전체 상장사 715개사 가운데 482위였으나 지난 결산기에는 340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순이익순위도 92년 205위에서 지난 결산기 149위로 올라섰다.

한보그룹이 지난 93년 인수한 상아제약도 인수당시 577위였던 매출액
순위가 지난해에는 475위로 상승했다.

순이익순위도 576위에서 456위로 올라섰다.

거평그룹이 인수한 대한중석, 제일은행이 인수한 일은증권(구상업증권)
등도 매출액과 순이익이 동반상승했다.

이들 피인수기업들이 인수후 경영성과를 높인 것은 인수를 추진했던
그룹들이 우수한 인력및 자금을 지원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새로 파견된 우수한 경영진들이 적절한 구조조정과 통합으로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기도 했다.

대기업그룹 입장에서보면 신규사업진출에 성공했다고 대우경제연구소측은
설명한다.

그러나 매수합병의 성과가 미미하거나 실패로 끝난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90년 동양그룹이 대우그룹으로부터 인수한 동양투자금융은 매출액
순위가 287위에서 141위로 상승했으나 당기순이익순위는 인수당시 52위에서
지난해 70위로 주저앉았다.

삼미기업(NK텔레콤)의 경우 매출액순위는 94년 655위에서 지난해 585위로
뛰었으나 순이익순위는 168위에서 491위로 추락했다.

이밖에 선경증권 삼광유리 인켈(해태전자) 등도 매출액순위는 상승했으나
순이익순위는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기업의 인수가 첨단 기술의 습득, 현지시장개척, 명 브랜드의 취득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있어 인수후 매출및 순이익순위가 떨어진다고
해서 M&A에 실패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기업의 목적이 궁극적으로 이익의 창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순위가 내려간 기업의 경영진을 높이 평가하기는 힘들 수밖에 없다.

인수후 도산하는 최악의 경우도 있다.

동양정밀을 인수한 고려시스템이 대표적인 예다.

고려시스템은 지난 91년 통신사업진출을 목적으로 동양정밀을 인수했다.

그러나 자금압박으로 인수 5개월만에 동양정밀은 파산했으며 얼마지나지
않아 고려시스템도 무너지고 말았다.

또 금융업 진출을 위해 충북투금을 사들였던 덕산그룹은 방만한 경영으로
그룹자체가 파산하고 충북투금을 신용관리기금에 넘겨줬다.

우성건설이 인수했던 청우종합건설은 우성의 부도로 덩달아 경영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능력에 부대끼는 기업을 인수, 모.자회사가 함께 쇄락의 길로 접어든
사례들이다.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사들인 외국기업들이 인수후 큰폭의 손실을 내는
경우도 많다.

현대그룹이 94년 사들인 미국 맥스터사나 삼성그룹이 지난해 지분 40%를
인수한 AST리서치사, 대우그룹이 인수한 리딩에지프로덕트사도 모두 지난해
5,000만~1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는 지난 80년대 일본기업들이 미국기업을 인수했다가 실패했던 사례를
답습하는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중앙대 정광선 교수는 "미국의 경우에도 72~86년간 116개사의 피인수기업
가운데 61%가 투자된 자본이상의 수익을 올리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M&A가 성공했는가 여부는 결국 기업 인수후 사후관리를 어떻게 했는가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 정태웅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