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매수합병(M&A)열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과거 같으면 상상도 못할 사건마저 발생하고 있다.

지방소주사들의 OB맥주에 대한 M&A시도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최종 승패결과에 관계없이 이미 일정지분을 장악한 지방소주사들이 일단
협상테이블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

이에반해 M&A방어에 소홀했던 OB맥주는 다소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게
됐다.

미원그룹은 우호적인 M&A에 성공(국제투자자문 인수), 투신업에 진출할수
있는 사업다각화의 전기를 마련했다.

한솔그룹은 30대기업집단으로 지정돼 운신의 폭이 좁아지기전에 M&A를 적극
활용했다.

신호그룹 거평그룹 나산그룹등도 "시간을 사는 비즈니스"인 M&A를 통해
높은 성장세를 기록중이다.

현대 삼성 LG그룹등 국내 대기업의 굵직한 해외기업 인수도 수년전부터
이뤄지고 있다.

국내기업 경영흐름에서 M&A가 "제1장"에 등장하는 시대가 이미 온 것이다.

이에따라 회사경영권의 지배를 목적으로 하는 합병 주식취득 영업양수등의
거래를 총체적으로 지칭하는 개념인 M&A(Mergers and Acquisitions)에 관한
기업인들의 인식도 급속히 호전되고 있다.

"기업의 지배권 또는 경영권이 가장 효율적인 경영자에게 이전되는 것을
촉진할수 있다"는 M&A시장의 순기능론이 머나먼 미국땅의 이야기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차피 대세가 바뀌었다는 판단도 이에 한몫을 하고 있다.

지난해만해도 증권사 M&A팀 직원들은 어려움이 컸다.

이들은 중소기업주에게 "기업을 파실 생각이 없느냐"고 여쭈었다가 골프채
에 위협받고 쫓겨 나온 경험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그러나 올해들어서는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좋은 가격만 쳐준다면 기업을 처분한뒤 이민을 가거나 외국관광이나
하면서 말년을 보내고 싶다"는 중소기업주가 늘고 있다.(김성하 서울증권
M&A팀장)

전문적으로 매매알선을 중개하는 M&A부티크에도 매수 또는 매도를 알선해
달라는 문의전화가 급증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세계무역기구(WTO)출범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을 앞두고 최첨단
기술과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다국적 기업의 무차별적인 국내시장 침투로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되는 반면 대응능력이 부족한 한계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점을 반영, 지난해이후 대기업을 중심으로 M&A사례는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 92년 증권관리위원회가 합병신고제도를 도입한이래 상장법인의 합병은
총 41건이 신고됐다.

지난 93년과 94년만해도 각각 11건 10건에 불과했으나 95년에는 16건으로
증가했다.

상장법인들의 M&A목적은 계열사간 합병을 통한 경영합리화와 상장법인과의
합병을 통한 비상장법인의 기업공개를 추진하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한국증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년간 상장법인의 M&A관련 공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건수가 254건으로 94년(198건)보다 28.3% 늘어났다.

현행 개인대주주 중심의 경영체체에 대한 폐해를 감시하고 시정해줄 대안
으로 M&A의 긍정적인 측면은 활성화될 필요가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기존 대주주와의 합의없이 강행되는 적대적인 M&A는 "비효율적인 경영으로
인한 사회적인 자원낭비를 가장 신속히 찾아내는데 있어 가장 효율적인
장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M&A는 합병기업과 피합병기업의 이해당사자인 주주 경영자
채권자들의 이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단기투자수익만을 노린 기업사냥꾼들의 무분별한 M&A는 <>기업의 시장
지배력 강화 <>경제력 집중 <>과도한 경영권쟁탈로 인한 정상적인 기업활동
저해등의 각종 문제를 야기할수 있다.

특히 국내에서 M&A 공격기법의 하나인 공개매수제는 소액주주의 권리를
무시한채 진행되어 왔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기존 대주주의 경영권프리미엄을 높게 쳐준 반면 소액주주 지분은 헐값에,
그것도 일부만을 사주는데 그친 탓이다.

위장계열사를 동원하는 편법을 통해 주식을 매집함으로써 기존 대주주의
지분을 헐값에 사들인뒤 우호적인 M&A로 위장하는 사례도 없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같은 문제점이 있다고 해서 M&A를 위축시켜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크다.

적절한 규제장치를 마련하고 공정한 게임의 룰을 설정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가장 절실한 과제다.

<최승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