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S(개인휴대통신)등 신규통신사업자 선정에 나선 정보통신부가 요즘
침묵을 지키고 있다.

달변과 명쾌한 논리로 상대방을 설득시키기로 유명한 이석채장관도
입을 다물고 있다.

그동안 사업자선정과 관련해 기회가 있을때마다 "경제적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추첨을 배제하겠다" "경제력집중 심화를 막아야 한다"
"기업의 사회공익적 요소를 가미하겠다"는 등의 표현을 해온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정통부와 이장관의 침묵은 최근 행해진 일련의 "말"때문으로 관측된다.

재계의 최대현안인 신규통신사업자 허가에 관한 정부의 말들이 예상못한
파문을불러올 조짐을 보이고 있는 때문인 것같다.

정통부는 지난6일 변경 공고된 신규사업자 허가방법에 선정과 관련있는
의도(?)를 군데군데서 내비췄다.

중소기업육성계획, 지역분할방식의 연합, 소유와경영의 분리우대,
자금조달계획, 대주주의 도덕성 등이 그것이다.

자연 재계에서는 변경내용의 진의파악에 나서는 한편 "귀"를 정통부와
이장관의 "입"에 맞추게 됐다.

지난21일 조선호텔에서 열린 21세기 경영인클럽 초청간담회에서
이장관은 6가지심사항목의 세부기준에 대한 의미를 구체적으로 시사했다.

이날 발언은 사업추진팀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다.

논리적 타당성이 있다는 평이 나오고 재계등의 저항도 그다지 세지
않았다.

단하나 기협중앙회가 "기협의 능력에 대한 장관의 부정적 생각이
사업추진에 지장을 준다"고 불만을 터뜨렸을 뿐이다.

그러나 점차 사업계획서 제출시한이 임박해지면서 서서히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정통부가 사업자선정결과를 미리 그려놓고 재계를 몰고가는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구심을 갖게한 "말"로는 "대연합을 유도한적이 없다"는 것과
"승자도 패자도 없었으면 한다"는게 꼽힌다.

앞의 말은 기자간담회에서 한 것으로 PCS사업 진출을 추진중인 4대
통신장비업체(빅4)의 대연합을 저지하는 결과를 낳았다.

뒤의 말은 국제전화 추진기업들이 모두 한팀으로 뭉쳤으면 하는 뜻을
담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때문에 재계에서는 정통부가 연합을 유도하고 있다고 판단, 제휴작업에
나섰으나 주도권다툼으로 이합집산을 되풀이 하고 있다.

연합키로 했다가도 금방헤어지고 다른기업과 새로 손잡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추진당사자들도 어떤 길이 바른것인지를 몰라 헤메고 있는 느낌이
강하다.

모그룹관계자에게는 "세계적인 통신장비업체가 되는 것이 어떠냐"고
했다는말도 있다.

일부에서는 실력도 없는 기업이 제휴로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속셈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있다.

정통부는 이런 지적에 대해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는 반응이다.

재계의 신규통신사업참여를 정부가 사전에 조정한다는 것은 결코
있을수 없고 해서도안되고 또 할수도 없다고 강조한다.

재계관계자들은 정통부나 이장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원칙적으로
옳은 말이라는데 동의한다.

그러나 허가권을 쥔 정통부의 이런 말들은"배나무 밑에서갓끈 고쳐매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정통부와 이장관은 최근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탓인지 사업자선정에
관한 얘기는 그만한다는 모습이다.

이장관도 당분간 외부강연에서 아무말도 하지않겠다고 말 한것으로
알려졌다.

내주에 있을 포항공대 강연때 "정보통신이야기대신 경제이야기나
해야겠다"고 했단다.

<정건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9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