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이달말까지 세금을 매기게 돼 있는 93~95년 토지초과이득세
정기분을 과세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92년말 대비 땅값이 같은 기간의 정기예금 금리(33.1%)이상 오른
곳이 없어 과세대상이 될 땅이 없기 때문이다.

토지초과이득세는 정기예금 금리와 전국평균 땅값상승률중 높은 것을
기준삼아 그 이상 땅값이 오른 토지에 매 3년 단위로 부과하는 세금이다.

따라서 전국 토지가 모두 정기예금 금리보다 낮은 상승률을 보이면
과세대상은 자동적으로 없어지게 마련이다.

땅값이 계속 이렇게 안정된다면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숱한 문제들도
자연스럽게 풀릴 것으로 기대해도 좋다.

"재산증식의 수단은 무엇보다도 부동산이 제일"이라고 보는 보편적인
성향 때문에 돈이 부동산으로 몰리고, 그래서 땅값이 뛰고, 물가가 오르고,
빈부격차가 더욱 벌어져 사회적 갈등이 중폭돼왔다고 볼때 그렇다.

최근 몇년간 땅값의 안정세는 괄목할 만하다.

국토개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전체 국토의 땅값은 지난 91년 이후 4년간
1.5% 상승에 그쳤다.

이에 따라 90년에는 GNP(국민총생산)의 9배에서 95년에는 6배로 낮아졌다.

부동산투기의 거품이 상당히 꺼졌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땅값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여전히 엄청나게 비싸다.

대한무역진흥공사가 세계 주요공단 분양가를 조사 비교한 내용을 보면
부산 명지녹산공단 분양가는 당 226.8달러로 땅값이 비싼 나라의 대명사로
통하는 일본의 가장 비싼 공단 이아키요시마 중핵공업단지(195.6달러)보다
15%이상 높다.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의 주요공단보다는 5배 이상이고, 미국 캘리포니아
에어포트 비즈니스 센터(5~10달러)의 22~44배나 된다.

이같이 비싼 땅값이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요인이라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 점에서 땅값의 안정을 지속시킬 수 있는 방안, 부동산투기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수단은 앞으로도 계속 개발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무차별적으로 토지거래 그 자체를 어렵게 만들거나 개발을 규제하는
것은 토지의 경제적 이용을 저해하고 용지공급을 달리게 해 오히려 기존
개발지역에 대한 땅값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없지 않다.

최근들어 정부에서 토지거래허가제 대상지역을 축소하거나 농지거래 등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같은 시각에서 나온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우리는 땅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현 시점에서 토지관련 각종 제도의
폭넓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땅값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정책이 긴요하다.

면적으로는 11.4%에 불과한 서울-경기 지역이 땅값으로는 전국토의 51.2%에
달한다는 것은 문제다.

전 국토의 고른 개발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는 물론 장기적인
땅값 안정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지방 중소도시의 토지이용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터무니없이 높은 세율을 그대로 두려는 고집때문에 중단되고 있는
재산세과표 현실화, 법리논쟁이 재연될 소지가 큰 토초세등 토지관련 세제도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