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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통상문제는 항상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만큼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우리 입장에서 미국시장은 곧 세계시장이며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잠재력이
큰, 결코 양보할수 없는 시장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렇듯 서로간에 얽힌 밀접한 이해관계는 곧잘 무역분쟁으로 비화되곤
한다.

미국이 공격적이라면 우리는 수세적인 입장에서 자기방어에 급급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올해도 심상찮은 통상분쟁이 예견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경제신문은 미의회
민주당 지도자이자 통상법안의 강경론자로 알려진 리처드 A 게파트 의원을
만나 미국 통상정책의 방향을 들어 보았다.

이 자리에는 국제법률회사인 막스&무라세의 파트너 이인영박사가 대담자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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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파트 의원 약력 ]]

*41년생
*미주리주 세인트 루이스 하원의원
*노스 웨스턴대 미시간대 졸업(교수및 법학박사)
*1988년 민주당 대통령후보 지명전에 도전
*현재는 정보위에 소속돼 있으며 민주당 정책위원회의장, 운영위원회
의장등 많은 직책을 갖고 있다.

[[ 이인영 박사 약력 ]]

*52년생
*서울대 법과대학및 동대학원 졸업
*하버드대 로스쿨, UCLA졸업(법학박사)
*미국 국제무역법원의 등록변호사
*막스 & 무라세 국제법률회사 파트너이며 국가간 기술이전과 투자에 관한
저서및 논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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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 박영배 특파원 ]]

- 사회 =미국이 채택하고 있는 대외통상정책의 기본방향은 무엇입니까.

<> 게파트의원 =오늘날 국제무역은 불가피합니다.

그런데 무역은 어느 한 나라가 이익을 보고 한 나라가 손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이 아닙니다.

모든 교역 당사국에 도움이 되는게 무역입니다.

그런만큼 통상관계는 공정하고 형평에 맞아야 합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국가간 무역이 미국내 다양한 주간(Inter-State)무역관계
처럼 자유롭고 공평하며 간편한 무역형태가 되기를 바라지요.

- 사회 =과거 대한통상의 경우, 미국이 무역장벽을 낮추기를 요구하면
한국은 이에 응해 왔습니다.

미국이 한국에서 예상했던 만큼 실익을 거두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 게파트의원 =사실입니다.

이는 미국기업이 무역장벽 철폐후에도 적극적으로 한국에서 기업활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시간이 흐르면 해결되리라 봅니다.

<> 이변호사 =한국에서 미국기업의 활동이 무역장벽에 따라 좌우된다고
보지 않습니다.

현지 적응및 기업고유 경쟁력이 더욱 큰 변수지요.

따라서 미국기업은 무역장벽만을 탓할게 아니라 영업의 현지화와 경영전략
을 재검토해야 할것입니다.

- 사회 =아시다시피 한국은 신생산업국으로 급격한 경제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일본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데도 많은 통상장벽이 존재합니다.

미국이 한국을 상대로 일본과 똑같이 통상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아닌지요.

<> 게파트의원 =시장개방요구 정책은 모든 나라에 일관성있게 적용돼야
합니다.

미국은 명문화 돼있든 묵시적으로 존재하든 모든 통상장벽을 개발도상국
이나 선진국을 가리지 않고 타파할 것입니다.

<> 이변호사 =각국은 경제발전 단계에 따라 상이한 경제구조및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무시한 무역정책의 무차별한 적용은 실질적인 불공평을 초래합니다.

일본시장의 폐쇄성에 대한 좌절감은 이해하나 이에 대한 반동으로 한국에
대해 동일한 요구를 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합니다.

- 사회 =최근 한국은 더욱 성숙된 민주화를 향해 정치.사회적개혁을
단행했습니다.

미국 대외정책의 근본은 각국의 민주화를 도모하는 것인데, 만약 미국의
대한통상 압력이 한국민주화에 장애가 된다면 통상압력을 완화할 용의가
있습니까.

<> 게파트의원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개방은 독재국가보다 민주국가에서
더 용이합니다.

개방된 시장은 한국의 소비자에 도움이 되며 한국경제의 활력을 더욱
배가시킬 것입니다.

<> 이변호사 =과거 정부의 정통성이 문제가 된 경우에는 통상관계에
있어서도 미국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했습니다.

미국이 과거의 관행에 따라 한국이 미국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한국의 민주화과정에 대한 이해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 사회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되어 있는 북한때문에 방위비부담이
엄청납니다.

일반적으로 한반도에서 안보문제는 통상문제보다 더욱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안보문제를 감안할때 미국의 대한통상정책이 변화되어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으십니까.

<> 게파트의원 =본인은 트루먼 행정부이래 아시아에 대한 미국 외교정책의
초석이 되어온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지원을 지지합니다.

그러나 한미관계가 일원적인 군사적 안보적 관계에만 국한될수는 없습니다.

탈냉전이후 경제관계는 매우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클린턴대통령과 미키 캔터무역대표의 한국및 다른 나라에 대한
시장개방정책을 지지합니다.

- 사회 =많은 한국인은 그동안 한국이 미국의 요구를 대폭 수용해 왔다고
믿습니다.

그런데도 미국은 계속적으로 통상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밀어붙이기식 정책이 과연 공정한 것인지요.

<> 게파트의원 =미국제품을 팔기 위한 시장개방 요구는 미국의 우선적인
정책입니다.

시장개방요구는 미국의 수출업자 뿐만 아니라 한국의 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최근 한국은 다른 선진국들 처럼 육류유통기간의 연장에 합의했습니다.

이제 한국 소비자는 더욱 싼값에 품질좋은 육류를 구입할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 90년에 체결된 육류수입에 대한 합의가 이제 시행이 됐습니다.

아직도 두 나라간에는 많은 현안이 있습니다.

자동차 시장개방, 지적재산권 보호, 금융시장 개방등이 해결되어야 합니다.

<> 이변호사 =한미간에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며 앞으로도 문제는
계속 발생할 것입니다.

그러나 통상관계를 단순한 물품이나 용역의 교류로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사회나 문화영역에까지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따라서 적절한 시장개방을 위해서는 사회적인식및 국민적 동의가 요구되며,
이는 일정한 시간과 적용기간이 불가피합니다.

이를 무시한 시장개방요구는 도리어 반감과 마찰을 야기하게 합니다.

- 사회 =한미간 자동차협상에서 미국은 법규정의 공정성보다는 수치목표를
요구했습니다.

이러한 수치목표 설정방법이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의 개념과 일치한다고
보십니까.

<> 게파트의원 =미국의 자동차회사는 한국의 시장개방을 원합니다.

한국정부는 소비자에게 폭넓은 선택을 제공해야 합니다.

한국은 오랫동안 자동차시장을 폐쇄해 왔으므로 우리는 단지 법규정의
개정만으로 바람직한 결과가 이루어질지 의심합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자동차수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수출은 40% 증가하여 100만대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수입은 단지 6,921대에 그쳤습니다.

이는 용납될수 없는 일입니다.

만약 올해 어떤 납득할 만한 일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과 무역대표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입니다.

<> 이변호사 =미국이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목표치를 설정하는 것은
미국이 주장하는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에 배치됩니다.

상대국의 무역관행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될 경우에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논의와 협의를 통해 법률과 규정등의 제정 또는 개정으로 무역문제를 해결
해야 객관성이 있고 영속성이 보장됩니다.

- 사회 =북한은 한국보다는 미국과의 정치 통상관계를 정상화시키려 더
노력하고 있습니다.

북한과의 무역에 대한 입장은 어떻습니까.

<> 게파트의원 =중국과의 통상관계에서 보듯, 중국은 미국의 개방된 시장을
마음껏 향유하면서 자국은 폐쇄하고 또 여러 제한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로 미루어 볼때 당장 미국과 북한의 통상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으며 북한은 먼저 한국과 통상을 개시하고 대화를 통한 관계를
정립시켜야 할것입니다.

- 사회 =슈퍼301조는 원래 한시적인 규정이었는데 계속 연장되고 있습니다.

슈퍼301조는 강력한 통상무기이지만 동시에 심각한 부작용도 수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과도한 통상무기를 오랜 기간 유지하는게 옳다고 보십니까.

<> 게파트의원 =슈퍼301조는 원래 적극적인 행동을 못하는 행정부를 견제
하기 위해 만든 규정인데, 이제는 외국정부에 대해 아주 효율적인 무기가
되었습니다.

만약 이 무기가 없다면 외국정부는 자국기업의 압력에 의해 스스로 유리한
무역정책만을 수립할 것입니다.

따라서 슈퍼301조는 계속해서 필요합니다.

<> 이변호사 =슈퍼301조는 강력한 통상수단임에는 틀림없으나 일방적이고
마찰이 심한 방법입니다.

따라서 미국은 슈퍼301조를 이용하기 보다는 좀 더 건설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할것입니다.

- 사회 =미국의 지지하에 세계무역기구(WTO)가 탄생했습니다.

미국은 종래의 양자간 협정에서 WTO를 통한 다자간 협정으로 전환할
것인지요.

<> 게파트의원 =WTO는 아주 바람직한 제도로 각국 정부가 그 규범아래서
행동해야 하는 지침이 될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WTO는 완전치 않으며 또 모든 분야를 다루고 있지 않으므로
슈퍼301조를 통한 양자간 협약은 계속 필요하다고 봅니다.

<> 이변호사 =미국의 대외통상정책은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따지기 보다는
당장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으로 미국기업의 요구와 입장을 관철할수
있는지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은 WTO나 슈퍼301조는 물론 비통상분야에 속한 방법까지
동원하여 자국기업의 입장을 관철하려 노력하고 있지요.

한국은 여기에 대한 모든 대응책을 준비해야 할것입니다.

- 사회 =요즈음 일부 공화당원들은 WTO의 결정에 미국이 구속을 당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만약 모든 국가가 그런 입장을 취한다면 WTO는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되지
않겠습니까.

<> 게파트의원 =뷰캐넌후보가 일단의 성공을 거두는 것은 공화당의 국수적
무역정책이 호응을 받는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많은 미국인은 WTO가 미국의 주권및 미국의 일방적인 시장개방요구 권리를
위협한다고 생각합니다.

클린턴대통령과 캔터는 301조, 슈퍼301조, 스페셜301조의 존속을 약속
했습니다.

미국은 양자협정과 WTO의 분쟁해결절차에 따라 무역분쟁을 해결하기를
원합니다.

미국은 시장개방을 위한 여러 무기가 필요합니다.

일부인사들은 미국시장을 폐쇄하기를 원하나 나는 한국등 전 세계의 시장
개방을 위해 싸울 것입니다.

만일 어느 국가가 시장개방을 주저한다면 여기에 상응한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 이변호사 =만약 WTO의 결정이 미국의 주권을 침해한다면 모든 국제협약
도 당사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러한 미국인의 인식은 오랜 고립주의로 인한 국제협약의 인식부족에서
기인한다고 봅니다.

협약당사국이 협약준수를 거부한다면 그러한 협약은 존립이유가 없습니다.

통상관계에 있어서는 상호적이고 공정해야 합니다.

무역의 공정성은 두 나라의 상이한 입장을 전반적으로 고려하여 합의에
의해 도출돼야 합니다.

상호성도 시장개방이나 기업활동의 보장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각국의
사회적 인식, 문화적 배경, 전통적 관습에 대한 존중의 상호성도 포함돼야
합니다.

- 사회 =미국은 명실상부하게 세계 최고의 부국입니다.

그러나 세계에는 가난하고 정치적으로 불안한 나라가 많습니다.

미국의 무역정책을 어떻게 그런 나라에 그대로 적용할수 있습니까.

<> 게파트의원 =미국은 통상을 통해 모든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고 모든
사람의 생활수준이 향상될 것이라는 기본적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 이변호사 =미국무역대표부(USTR)등 대외통상대표자들은 자국기업의
이익만을 대변하지 말고 세계의 경제발전및 생활수준의 향상이라는 미 무역
정책의 궁극적이념을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 사회 =클린턴 이후 차기 민주당의 대통령후보로 거론되기도 하는데..

<> 게파트의원 =화이트 하우스를 가기전에 스피커스 하우스를 먼저
들러야겠지요(올가을 하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면 게파트
의원은 하원의장이 된다).

- 사회 =바쁜 국사에 짬을 내어 인터뷰에 응해 주신걸 감사하게 생각
합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