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1세기 한국경제의 비전과 발전전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세무행정 선진화"조치가 마련되었다.

군림하는 징세행정에서 벗어나 납세자를 고객으로 모시고 불편사항을
줄여 세무서를 서비스사업 기관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의지이다.

국세청이 내달 15일부터 실시할 "과세 적부심시제도"는 이러한 변신의
시작이라는 데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세무서가 세금 고지서를 발부하기에 앞서 먼저 세금내역에 대한 통지서를
우편으로 납세자에게 보내고, 불만사항을 서면으로 제출케 한 다음
적합한지의 여부를 따져 고칠것은 고친다는 징세자의 자세 변화이다.

법의 올바른 적용에 의하지 않은 과세에 대한 납세자의 "적부심요구"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호하게 된다.

정부의 세정선진화 조치는 크게 세가지 방향에서 이루어진다.

첫째 납세자의 알 권리가 세무관서의 행정서비스에 의해 보장되도록
납세자 편의위주로 세정효율을 높인다.

불필요한 절차를 없애고 정보제공 기능을 강화한다.

둘째 납세의 형평성을 높이고 세원을 과학적으로 관리하여 확대함으로써
건전하고 안정된 재정기반을 구축하여 세정집행의 투명성을 높인다.

셋째 종합적이고 포괄적이며 예측가능한 세무조사 제도를 확립하여
납세자가 공감하고 참여하는 세정의 민주성을 확산한다.

그러나 이러한 "세정의 선진화" 못지 않게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세정의 정상화"가 있다.

국가를 위해 세금을 걷는 징세자가 세정의 중심에 있지 않고, 국가에
세금을 내는 국민과 기업이 그 중심에 있다는 본질의 회복이다.

즉 납세자가 징세의 대상이 아니라 납세의무에 상응하는 정부 행정서비스의
구매자라는 인식이다.

한마디로 납세자가 곧 세정의 고객이라는 자리매김이다.

이러한 시각으로 볼때 새롭게 실시될 과세적부심 제도는 그 근본 취지에
맞게 납세자의 권리를 존중하고 편의를 보장하는 "세무행정 서비스사업화"의
시범 케이스로 운영되어야 한다.

첫째 세무서가 납세자에게 세금액수의 "결정전 통지"를 등기로 보낼 때
근거법과 해석에 적용된 원칙을 명확히 하고 담당 공무원을 실명화하여
선진국의 내국세행정 서비스기관처럼 징세자와 납세자 사이의 장기적인
고객거래관계를 확립토록 해야 한다.

선진국의 경우 세무공무원들이 그들의 전문지식을 활용하여 합법적이고
현명한 절세 방안을 납세자에게 지도하고 납세자의 소득증진과 부의 축적을
지원하는 예를 우리도 본받아야 할 것이다.

둘째 과세적부심 제도의 적용대상이 세무서가 자체조사, 제출서면 판단,
또는 공공기관조사에 근거한 합리적 판단에 의존하는 법인-토초-증여-상속세
를 위주로 운영됨을 고려할 때 불필요한 분쟁이나 납세자의 불성실을 최소화
할수 있도록 세무정보를 최대한 공개해야 할 것이다.

세무공무원의 판단근거가 공개되어야 만 투명한 세정이 확립되고 비리의
그늘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과세적부심이 납세지연에 악용되거나 법령해석이 모호하여 실효성을
잃지 않도록 징세자 납세자 모두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