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개발주식회사의 일부 주주들은 주주이익 극대화를 위해 위원회를 조직
했습니다.

위원회 조사결과 현 경영진은 지난 3년동안 배당을 하지 못하는등 무능력을
드러냈습니다.

경영권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본위원회가 경영을 맡게되면 주가를 올려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겠습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광고문구중의 일부분이다.

회사의 주가를 지금보다 올리겠으니 경영권을 넘겨받을수 있도록 지지해
달라는 얘기다.

이 신문에는 가끔 이런 광고가 실린다.

이런 광고의 목적은 이른바 주총에서 의결권 대결(PROXY FIGHTING)을 하기
위해 의결권 위임장을 모집하는 것이다.

무능한 경영진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방법이다.

투자은행이나 레이더스들이 사용하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장을 통해 주식을 사들이는 공개매수방식(TOB)과
함께 양대 매수 전략으로 통한다.

위임장대결은 주로 외국에서 많이 사용된다.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거의 사용된 적이 없을 정도다.

증권거래법에서 위임장을 받는데 아주 복잡한 절차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동부그룹이 한농을 인수하면서 증안기금과 일부 외국인의
위임장을 행사했으나 증권거래법 위반시비에 휘말렸다.

당시 동부그룹은 자신편을 들어주던 정철호씨를 신임의장으로 선임하기
위해 정씨가 받아 놓고 있던 증안기금과 외국인의 위임장을 자신편에
유리하게 행사했다.

그 결과 동부는 정씨를 신임의장으로 선임하고 회의를 속개해 결국 한농을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증안기금의 위임장이 문제로 불거져 나왔다.

증안기금은 주총이 끝난후 의사정족수를 채우는데 협조해주기 위해
관례대로 위임장을 써 주었을 뿐 동부에게 찬성표를 던진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방어입장에 있던 기존 경영진도 절차상 하자있는 회의라며 주총결의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 논란은 결국 동부측으로부터 맞고소를 당한 기존경영진이 소를 취하하는
바람에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증권당국은 한농 사건이후 의결권 대리행사가 지나치게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2월 증권거래법 시행령을 개정의결권 대리행사에 대해 예외규정을
두었다.

10명이하로부터 위임장을 받아 의결권을 대리행사할 때는 거래법시행령에
적힌 복잡한 절차를 따르지 않을수 있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외국에서만 사용되던 위임장대결이 앞으로는 우리나라에서도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주)프론티어 M&A등 일부 M&A 부티크에서는 의결권 위임장을 모집해
달라는 주문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위임장 모집 팀(proxy agent)을 구성
하고 있다.

M&A시장에 의결권 대리행사가 활성화 되면 소액주주들의 권익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9명까지는 거래법 절차를 따르지 않고 의결권을 위임받아 대리 행사할수
있는데다 상법개정으로 오는 10월부터는 주주총회 성립요건이 크게 완화되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현재 주주총회에서 일반주주들이 보내는 백지위임장이 모두
대주주 1인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 관행도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의결권 대리행사가 자연스레 일어날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게 대체적인 견해이다.

대리행사 절차가 복잡한데다 주주에 대한 정보를 대주주들이 독점하고 있어
공격측과 수비측이 대등한 입장은 아니라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얼라이언스 파트너즈 성형표대표는 미국의 경우 위임장 대결신고를 하면
기존 경영진이 주주명부를 의무적으로 공격측에 제공해야 한다면서 주주들이
유능한 경영인을 정확히 선임할수 있도록 공격측과 수비측에 대등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박주병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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