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라이벌 그룹인 현대와 삼성이 개인휴대통신(PCS)사업부문에서
손을 잡고 연합컨소시엄을 구성키로 했다는 소식은 오늘날의 기업환경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를 실감케 한다.

최신 경영이론으로 선진국에서 자주 거론되는 "전략적 제휴"란 바로
이런것이구나 하는 느낌도 새삼스럽다.

잘 알려진대로 현대와 삼성은 서로 이질적인 기업문제를 형성하고
있는데다 자동차를 비롯,반도체 유화 조선 컴퓨터 통신장비등 많은
분야에서 다른 어느 그룹보다도 심한 경쟁관계를 유지해왔다.

때문에 양대그룹이 이처럼 하나의 사업권을 놓고 전격적으로 손을
맞잡은 것은 극히 이례적이며 이에 재계가 깜짝 놀라는 것도 당연하다.

두 그룹은 제휴의 배경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대기업의 경제력집중
완화와 통신시장개방에 대비한 국제경쟁력 강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 속내를 헤아리기는 어렵지 않다.

오는 6월에 있을 PCS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불리한 정황을 유리하게
반전시키려는 고육지책의 냄새가 짙다.

양그룹은 재계판도를 바꿀수도 있는 통신사업에서 탈락해 엄청난
손실을 보느니 위험부담이 적은 "제휴"라는 차선책을 택할수밖에
없었을것이다.

그동안 통신사업진출을 둘러싸고 빚어진 재계의 경쟁과열현상을
우려해온 우리로서는 명실공히 재계의 리더격인 현대 삼성그룹이
손을 잡음으로써 재계의 화합에 적지 아니 도움이 될것으로 평가한다.

또한 이번 제휴는 비장비업체간의 연합과 국제전화사업 추진 기업들간의
연합을 촉진시켜 재게의 불필요한 에너지낭비를 줄여줄 것이라는기대로
갖게한다.

양그룹의 제휴는 뭐니뭐니해도 국내통신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
기반을 마련해줄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실적으로 국내 통신사업자가 국제경쟁력을 갖추려면 기술력은
물론이거니와 장기간의 적자를 버텨낼 막강한 재력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양대그룹의 제휴는 가장 큰 문제를 해결했다고도 볼수
있다.

또 연합컨소시엄의 소유와 경영을 철저히 분리키로 한 것도 크게
보아 대기업의 경제력집중을 완화시키려는 정부의 정책과 부합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보기에 따라서는 두 매머드그룹의 제휴는 오히려 경제력집중의
심화와 중소기업의 참여폭 축소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도 일면
타당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이같은 우려가 한낱 기우임을 입증하는 일은 전적으로 새
합작회사의 하기나름에 달렸다고 본다.

오늘의 전략적 제휴가 몇년 뒤까지도 선경지명 있는 결단으로 평가받으려면
양그룹이 해야할 일이 너무 많다.

그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은 제휴의 명분으로 밝혔듯이 합작사
운영을 통해 얻은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해야
한다는 점이다.

언제까지나 좁은 국내시장 만을 놓고 아옹다옹 할 일이 아니다.

큰 고기는 큰 물에 가서 노는 것이 생태계의 순리다.

우리는 현대와 삼성의 제휴가 그 역기능에 대한 재계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무한경쟁시대를 헤쳐나가는 기업경영의 새 패러다임으로
정착되길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