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장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우리나라는 지난해 3월29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신청서를
제출하고 금년말쯤 OECD에 가입한다는 방침으로 공식 가입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

우리가 OECD 가입을 본격 추진하는 이유는 OECD의 성격과 기능이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세계화 추진에 크게 부합한다는 데에서 찾을수 있을
것이다.

OECD 가입은 "세계화"라는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개혁과 변화의
강력한 추진 원동력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OECD 가입을 통하여 우리가 얻을수 있는 혜택을 정리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OECD의 제반규범과 선진국의 정책및 제도중 바람직한 분야를
우리의 경제-사회관련 정책 제도 규범 관행 등에 선별 수용함으로써
우리경제의 선진화및 세계화를 촉진시키고 이를 통해 정부정책의
투명성-일관성-신뢰성및 예측가능성을 제고할수 있을 것이다.

OECD 가입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경제자유화 과정에서 그 추진을
저해해온 내부적 타성을 극복하는데 유용한 외부적 자극제 역할을
할 것이다.

OECD 가입에 따른 국내제도의 선진화는 소비자의 권익보호, 국민보건 및
안전의 증진, 상거래 관행의 개선을 촉진시킴으로써 국민생활의 질적개선
뿐만 아니라 기업활동의 합리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통상정책의 선진화를 도모할수 있다.

OECD는 국제규범을 직접 교섭하거나 제정하는 기구는 아니지만 창설이래
세계경제의 기본규범을 평가-분석하면서 새로운 규범의 창출을 막후에서
주도해왔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현재에도 환경 노동 기술 경쟁정책 외국인 직접투자등 향후 세계경제
질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될 분야의 국제규범에 대한 논의가
OECD내에서 진행 중이다.

따라서 우리가 OECD에 가입하게 될 경우 새로운 세계경제질서 형성
과정에 보다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우리의 입장과 이익을 사전에 반영할수
있는 이점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막대한 혜택에도 불구하고 OECD 가입을 둘러싸고 아직도 국내에는
이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없지 않다.

그들의 주장은 첫째 이기구의 가입은 엄청난 시장개방 부담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경제의 취약점이라고 할수 있는 자본시장과 서비스부문에
집중적인 개방압력이 가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이에따른 금융혼란이 OECD 가입과 관련돼 있다고 해석한다.

또 하나의 부정적인 시각은 한국이 OECD에 가입함으로써 개도국의
지위를 상실해 WTO를 비롯한 각종 국제기구에서의 혜택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한 한국이 이 기구에 출연해야 하는 운영비와 개도국에
제공해야하는 공적개발원조 등이 적지 않은 부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회의적인 시각들은 OECD가입에 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우선 자본시장 자유화와 서비스시장 개방의무 등은 당장 전면적 또는
무조건적 개방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정에 따라 유보하거나 적용면제를 받을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자유화규약을 각 회원국에 부과, 집행해나가는 데 있어 개별 회원국의
경제발전 정도와 자유화 수용능력, 그리고 현재 직면해 있는 경제상황 등을
고려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따라서 OECD측과 협의를 거쳐 우리에게 알맞는 개선약속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OECD가입을 우리나라의 낙후된 금융부문을
선진화시키기 위한 한 방법으로 적극 활용한다는 능동적인 자세라고 하겠다.

멕시코의 금융위기가 우연히도 OECD가입 이후에 발생했으나 이는 멕시코
정부의 거시경제정책 전반의 실패에서 비롯됐지 기구가입때문에 빚어진
것은 아니다.

개도국에 대한 원조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주장도 세계 11대
경제강국으로서 할 얘기가 아니다.

세계화가 진정한 국정지표이고 국민들이 한국의 "세계속에서의 역할"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면 세계경제 전반의 발전을 위해 우리보다 못한 국가들을
도와주는 데에도 인색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OECD가입을 심사하기로 되어 있는 7개 위원회 중 해운위원회,
보험위원회, 금융위원회의 심사는 이미 작년 11, 12월에 그리고 금년2월에
각각 커다란 어려움 없이 통과했으며 환경및 재정위원회의 심사도 그간의
제도개선 노력으로 큰 어려움 없이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4월 개최 예정인 자본이동및 경상무역외거래 위원회와 국제투자및
다국적기업 위원회 합동회의는 우리나라가 OECD가입을 위해 통과해야 할
가장 힘든 관문으로 꼽히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남은 협의 단계에서는 우리의 거시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단기적인 충격을 최소화할수 있도록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자유화
입장을 관철하도록 노력을 경주하되, 유보사항에 대한 납득할 수 있는
설명과 합리적이고 타당성있는 자유화계획을 제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