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모 < 한국노동연구원 원장 >

드디어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소득 1만달러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는 것은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
문턱에 바짝 다가섰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는 이 문턱을 잘 넘어서 선진국으로 반드시 올라서야
할 민족사적 대과업을 안고 잇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1만달러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의 노사관계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이미 선진국으로 올라선 나라, 특히 독일과
일본의 경험을 우선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왜냐 하면 독일과 일본은 기존의 여러 선진국 틈바구니에서 전쟁의 폐허를
딛고 뒤늦게 선진국진입에 성공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독일과 일본은 대체로 60년대말에서 70년대초 사이에 선진국으로 진입한
것으로 보고있다.

그런데 두 나라 모두 이 시기를 전후해 근로자들은 점차 임금뿐 아니라
삶의 질도 동시에 추구하게 됐다.

이러한 변화에 부응하여 정부와 기업은 다양한 근로자 참여제도를 도입,
확대해 나갔던 것이다.

구체적으로 독일은 노-사-정 "대화합조치"의 시행, "경영조직법"의 수정
보완으로 근로자평의회의 의사결정 참여폭 확대, "공동결정법"의 민간
대기업에의 확대적용, 노동생활의 인간화 프로그램등 일련의 조치를 취했다.

일본은 "산업-노동간담회" 및 "노사협의회"의 활성화, "생애복지플랜"의
도입 등을 통해서 노-사-정 대화의 기회와 근로자의 참여폭을 확대해
나갔다.

우리가 소득1만달러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는 것은 우리의 소득이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사람들은 더 고차원적인 욕구를 추구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재화보다는 서비스를, 그리고 물질적 욕구보다는 정신적 욕구를
더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1만달러시대의 노사관계는 근로자들의 이러한 욕구변화를 수용할수 있어야
한다.

재화와는 달리 서비스는 대부분 생산과 동시에 소비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서비스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직접 생산
현장에 참여해야 한다.

정신적 욕구란 자존-사고-성취 등에 대한 욕구를 말한다.

때문에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참여가 전제돼야 한다.

그러므로 1만달러 시대의 노사관계는 근로자에게 폭넓은 참여기회를 제공
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독일과 일본의 경험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세계화라는 새상황 그런데 지금 우리 나라는 과거의 독일이나 일본과는
달리 세계화라는 새로운 시대적 상황에 처해 있다.

즉 과거의 독일과 일본은 동서 냉전시대에 정부의 정책적 보호와 지원을
받으면서 경제발전을 추진할수 있었는데 비해 지금의 우리나라는 탈냉전과
개방화라는 새로운 질서하에서 경제발전을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요컨대 우리나라는 세계화시대와 1만달러 시대를 동시에 맞고 있는데,
이 두가지 여건을 함께 고려하면서 국민경제및 노사관계의 발전전략을
수립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세계화시대란 개방화와 정보화를 특징으로 하는 시대다.

오늘의 시대는 WTO체제의 출범으로 무역장벽이 무너지고 또한 정보-통신-
교통의 발달로 거리가 짧아짐에 따라 세계 전체가 단일시장으로 돼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세계 제일의 경쟁력을 확보한 자만이 생존-발전할수 있게
된다.

그리고 세계 제일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노사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서 세계화시대의 노사관계는 협력적인 것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협력은 자발적 참여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미국의 노사관계는 오랜 대립적 진통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제록스, AT&T, 모토롤라, GM, 새턴등 초우량기업은
물론 정부까지도 "참여를 통한 협력"이라는 새로운 노사관계 패러다임을
정착시키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설명한 바와같이 "1만달러"시대와 "세계화"시대를 동시에 맞고
있는 우리나라가 선진국 진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참여적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노-사-정은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각자의 역할을 다 해야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사용자와 경영자는 근로자를 기업경영의 진정한 파트너로 인식
하여 폭넓은 참여기회를 제공해야할 것이며, 근로자와 노동조합은 책임있는
경제주체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이익 뿐아니라 기업의 사정과 국민경제의
여건도 함께 고려하는 태도를 가져야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공정한 중재자로서 노-사의 참여와 협력을 유도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야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