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곤 <통산부 자원정책실장>


최근 국내 정유산업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전환기적 환경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 온실속에 안주해 왔던 정유산업이 개방과 자율화의 파고속에서
무한경쟁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국제석유시장도 구조적으로 석유
자원의 유한성 편재성 산유국의 자원무기화 경향에 따라 항상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때 국내 정유산업은 안팎으로 극복해 나가야할 당면
과제가 적지 않다.

첫째 국내 석유산업자유화를 앞두고 새롭게 형성될 시장여건, 각종제도등의
변화에 조속히 적응할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일이다.

그동안 정유산업은 장기간 정부의 보호와 관리하에 있었으므로 자율과
경쟁을 기조로 하는 시장경제 체제에 익숙치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정유산업은 시장경제 원리에 의해 운용되고 있는 선진
외국의 석유산업 실태를 충분히 분석, 이를 우리의 것으로 소화하여 석유
산업자유화 체제에 사전 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 향후 대내외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체 경쟁력을 배양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우선 국내 석유수요 급증에 편승한 경쟁적 외양성장을 지양하고
규모의 경제를 이룰수 있는 적정 정제시설을 보유하여 내실있는 성장을
도모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석유유통시장의 공정거래질서를 확립하는 일이다.

최근 석유산업자유화를 앞두고 정유업계는 과열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국내 정유산업의 자생력을 약화시켜 대외개방과 함께
외국기업에 어부지리를 제공할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때 정유산업은 건전한 상관행을 조기 정착시켜 공정한
경쟁룰(rule)에 따른 거래풍토를 조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넷째 환경규제 강화에 대비, 환경친화적 석유제품을 적기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일이다.

정유산업은 특히 중질유 분해및 탈황시설등 고도화 시설을 적기에 확충하여
청정연료를 공급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소비자의 욕구에 부응해
나가야 한다.

끝으로 정보화시대에 걸맞는 석유정보망 체제를 구축하여 새로운 경영
전략과 경영효율화를 기하는 일이다.

현대 정보화시대엔 빠르고 정확한 정보가 기업의 경영성과를 좌우한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때 정유산업은 하루빨리 원유도입 생산 수급 유통 재고
등의 상황을 즉시 예측 파악 관리할수 있는 석유정보망을 보강하고 국내외
시장정보및 수급동향 생산 재고상황등 경영정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보다
확충하여 경영전략 수립에 활용할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국내 정유산업은 지난 개발연대에 경제개발을 주도한 산업이다.

한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될 만큼 황금기를 누린 산업이기도
하다.

최근의 전환기적 환경변화에 국내 정유산업이 능동적으로 대처해 다시한번
새로이 변신할수 있도록 정유업계의 부단한 노력과 분발을 기대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