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문제에 관해서는 언제나 거두는 쪽(정부)과 내는 쪽(국민)의 입장이
다르다.

거두는 쪽은 한푼이라도 더 거둬 나라살림에 보태려 하는데 반해 내는 쪽은
헌법에 규정된 의무니까 내긴 내되 마지 못해 내는 입장이고 할수만 있다면
한푼이라도 덜 내고 싶어한다.

지난해의 국세 징수실적이 최근 발표되었다.

반응은 역시 징세 당국과 납세자간에 다르다.

거둔 쪽에서는 경기가 좋아 예상보다 더 걷혀 다행이라는 설명이고 낸 쪽은
뭔가 손해본것 같은 심정이다.

근로소득세 징수실적이 무려 35.4%나 증가한 사실에 봉급 생활자들은
일종의 배신감마저 느낀다.

세금이 공평치 못하다고 생각한다.

세금이 예상보다 잘 걷힌 것은 잘 된 일이다.

그것은 우선 경제가 괜찮았던 덕분이니까 나쁘지 않고, 다음은 국가재정을
여유있게 꾸릴수 있으니까 역시 잘된 일이다.

그러나 납세자의 볼멘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난해 징세실적을 보면서 우리가 새삼 생각해봐야 할 세금문제는 한 둘이
아니다.

첫째 정부의 예측능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경제성장률 예측 자체가 크게 빗나간게 문제지만 지난해의 세수증가율
20.1%는 경상 GNP(국민총생산) 증가율보다도 높다.

결국 국가는 경제성장과 국민소득 증가율 이상으로 세금을 거둬간 셈이다.

둘째 94년에 이어 이젠 20%대에 확실하게 진입한 우리의 국민 조세부담률의
장래에 대한 깊은 연구와 방향제시가 요구된다.

95년의 부담률 20.7%는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복지재정 부담이 높은 유럽국가들과 비교하는건 잘못이다.

정부의 역할및 사회보장제의 장래 등을 고려해서 적정한 부담률을 모색해야
한다.

셋째 납세자의 입장에서 가장 큰 불만은 공평과세 문제다.

이것은 엄청난 지하경제의 존재 현실과도 관련된다.

세금의 사각지대가 워낙 크기 때문에 징세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더 짜낼수 있다.

그런 현실은 결국 세금을 법대로 다 내고는 장사를 할수가 없다는 얘기
에서부터 안내는 사람것까지 대신 내야 하니까 세율이 필요이상 높다는
지적등 불만을 토로하게 만든다.

또 이런 현실에서 세금 부정도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다.

넷째 조세체계및 세목-세율에 대한 연구와 정비노력이 계속돼야 한다.

국세와 지방세를 합쳐 30종이 넘고 목적세를 계속 확대해가는 우리의 조세
제도는 손질이 시급하다.

납세자가 알기 쉽고 징세비용이 덜 드는 방향으로 정비돼야 한다.

물론 세율도 손질해야 한다.

세율은 낮추되 보다 많은 사람들이 세금을 내게 해야 한다.

끝으로 중요한 것은 유용하게 쓰는 일이다.

낭비하지 않고 잘만 쓴다면 국민들은 감내한다.

세금 거두기와 씀씀이는 납세자인 국민의 대변기관인 국회의 최대 관심
사안이고 정치인의 몫이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어찌된 셈인지 선거철에 조차 정당이나 정치인들 사이
에 쟁점이 되는 일이 드물다.

그만큼 전문적이지 못하거나 조세저항이 적은 탓인지 모르겠으나 이번
총선때는 뭔가 좀 달라져야겠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