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 < 대천실업 전무 >

중소기업의 육성문제는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풀지 못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선거때만 되면 이슈화되어 선심성 정책인듯이 다채롭게 제시되다가
그 이후에 흐지부지 되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중소기업의 애로를 피부로 체감한것 같이 느껴지는
여러 조치들이 이어지고 있어 다행스러운 일이다.

중소기업청 2월중 신설, 중소기업 구조조정자금 1억에서 2억으로 증책,
3만9,000명의 중소기업 요원 병역특혜, 상업어음 할인한도 확대,
신용평가의 비재무부분 30%에서 60%로 비중확대, 당자대월 회전기간 폐지,
대기업.국책회사의 현금결재 의무화등등의 과감하고 획기적인 정책을 내놓은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문제는 정부의 지침과 집행기관의 실행에 있어서의 괴리현상이다.

최근에 중소기업중앙회에서 1,200개 중소기업을 상대로 자금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77.8%가 대출시 은행에서 꺾기를 강요당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꺾기는 구속성 강제 예금을 말하며 은행감독원이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금융부조리이다.

하지만 표면상으로 대출자의 자발적 예금인것처럼 은행은 변명하고 있다.

더구나 중소기업의 이자 보증료 설정비용및 기타 대출비용 부담이 연간
18~20%에까지 육박한다고 한다.

그리고 또하나 대출총액의 구성비를 보면 신용대출이 6.1%, 신용보증대출은
16.2%, 부동산 담보대가 68.6%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규모의 영세성으로 자금의 구득난을 격심하게 겪고있는 중소기업은
담보없이는 대출이 어렵다는 현실을 대변해준다.

그러나 대기업은 어떠한가.

자기자본 대비 2,000%에서 3,000%까지 신용대출을 해주고 있지 않은가.

신용금융이 최고로 발달되어 있는 미국도 200%이상을 해주지 않고 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대기업은 파격적인 특혜를 받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금융기관들은 신용및 담보력이 약한 중소기업에 대출을 기피하고
유사시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재벌기업에는 부채비율을 한없이 높여
주고 있다.

게다가 주식투자에 열중한 나머지 투자손실만 2조5,000억원을 보았다는
것은 웃고 넘어갈 일일까.

정작 도와주어야 할곳은 외면하고 재테크만 일삼다 대손금을 본 금융기관은
심각한 경기 양극화에 책임이 없는 것일까.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새로 설립되는 중소기업청이 홀대받고 있는 중소기업과 특혜받고 있는
대기업사이의 중극화를 위한 역할을 최대로 해줄것을 기대해 마지 않는다.

이를 위해 첫째,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대금지불시 현금비율 60% 의무화
둘째, 중소기업 담보부족에 대한 대기업의 연대보증 유도
셋째, 신용보증 한도제한 폐지
넷째, 상업어음 할인시 우대적격 업체 제도 폐지
섯째, 근로파견제 적극권장
여섯째, 대기업의 중소기업 숙련공 스카웃트금지
일곱째, 중기청의 50% 민영화등등을 우선적으로 법제화하여 주기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중소기업청은 관료라는 위상을 버리고 정부가 국가를
거시적으로 관장하듯이 한계에 다다른 위기국면의 모든 중소기업을 위해
대기업, 정부및 민간의 협조를 얻어 효율적이고 미시적인 경영으로 부실화를
정실화로 일으켜주는데 온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1996년의 신선한 충격인 중소기업청의 설립, 그리고 중기청의 박력있고
과감한 개혁에 거는 기대는 자못 크다고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