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도 재외 공관장회의가 어제 개막됐다.

공관장회의는 지역별로 해외에서,혹은 서울에서 매년초에 소집되곤 하는데
금년에는 서울에서 오는 9일까지 5일간 계속되며 내주중 이틀간은 지방회의
도 예정돼 있다.

외무부는 이번 회의에서 경제-통상 분야에 특히 역점을 두어 우리기업의
해외진출과 지방자치단체의 국제화-세계화 지원방안을 중점 논의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재경원 통산부 건교부등 다른 부처 관계관은 물론 경제단체
대표와 종합상사를 포함한 업계 관계자들도 초청되었으며 부산 대구 대전
광주등 6개 지방회의에는 그곳 상공인들이 다수 참석할 예정이다.

재외 공관장들의 관심분야나 활동영역은 경제-통상 외교에만 국한될수
없다.

그들은 국가를 대표해서 모든 분야에 걸쳐 국익을 추구해야 할 책무를 진
세계 외교무대 일선의 첨병들이다.

그러나 오늘날 경제와 통상은 그것이 외교의 전부이고 공관장을 비롯한
외교관의 최우선 과제라고 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각국의 정상외교는 거의 경제분야의 국익추구에 집중되고 있으며 대사들은
흔히 세일즈맨에 비유된다.

그런 점에서 공관장들이 이번에 경제-통상 분야를 특히 중점적으로
논의키로 한 것은 매우 당연하고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얼마만큼 알맹이있는 논의가 가능하겠느냐는 점인데 우리는 이
기회에 다음 몇가지를 특히 지적해둘 필요를 느낀다.

첫째 해외공관의 경제-통상분야에 대한 관심과 외교노력은 일과성으로
끝나지 않고 꾸준해야 한다.

회의 때 잠깐 논의하고 말아서는 안된다.

국내-국외 기업들에 언제든지 필요한 정보와 협조를 제공하고 열심히
뛰어야 한다.

둘째 재외공관의 외교관들은 교민이나 기업인 위에 군림하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개선해야 할 구석이 많다.

재외공관의 존재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셋째 재외 공관내의 부처이기주의나 영역다툼도 사라져야 한다.

통상외교를 둘러싼 부처간의 주도권 싸움이 아직도 확실하게 가려지지
못하고 잠복해 있는 현실인데 재외 공관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똘똘 뭉쳐도 힘이 부칠 형편인데 따로 논다면 그것이야말로 국력 낭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넷째 외교관들이 보다 높은 전문실력과 능력을 갖춰야겠다.

세계 외교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이 최근 현저하게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금년부터 2년 임기의 유엔 안보리 이사국이 됐고 그밖에 많은 국제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커진 경제력 덕분이지 외교역량의 우수성 때문은
아니다.

다양한 주재국의 언어는 고사하고 영어만이라도 경쟁국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할 외교관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 그건 각자가 자문해볼 일이다.

우리의 해외투자는 작년말로 100억달러를 넘었다.

수출은 이제 월100억달러를 넘는다.

경제-통상 외교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흔한 말로 경제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재외공관과 외교관의 각오와 자세가 달라져야 할때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