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사/미 앤더슨사 공동기획 ]]]

앤터니 핸시 < 호주대학 경영학 석사 >
< 앤더슨컨설팅 아.태지역 전략컨설팅 본부장 >
< 앤더슨 컨설팅 호주전략 컨설팅 담당 파트너 >

리엔지니어링의 최대 관심사는 바로 사람이다.

물론 사람 자체를 개조할 수는 없다.

그래서 리엔지니어링은 기업조직원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변화시키는데
초점을 맞춘다.

리엔지니어링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추진자는 우선 형식적이고 권위적인
구조와 일상적인 업무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상호 유기적인 기업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또 간부들이 독점하고 있는 의사결정 권한이 일반직원에게 어느정도
이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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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권한이양은 개인주의 성향이 짙은 서양문화권에서는 확실히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아시아문화권에서도 효과가 나타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선 "문화"에 대한 개념을 짚어보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문화란 한 집단과 다른 집단을 구별해주는 "정신활동의 총체적 양상
(collective mental programming)"이다.

이 말은 개인이 생활에서 부딪치는 각종 상황이 의사결정및 행동양식에
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는 사회제도라는 결정체로 귀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아시아인이 서양인에 비해 집단주의 성향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가족 친지, 기타 조직에 속한 일원들은 충성을 바치는 대가로 조직으로
부터 보호를 받는다.

서양에서는 우선 자기 자신부터 돌보고 그 다음에 가까운 가족 순으로
관심 순위를 매기지만 아시아인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아시아인들중에서도 차이는 존재한다.

예를 들어 태국인이나 인도네시아인은 일본인이나 인도인에 비해 집단주의
성향이 덜하다.

일본의 근로자들은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해 불안을 느끼지만
말레이시아인들은 보다 낙천적이다.

아시아에서는 권위적인 구조속에서 권력이 소수 지배층에 집중되어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체제에서는 각 계층간에 불신이 쌓이기 쉽다.

또 권력 남용에 대한 두려움으로 피지배층에 속하는 구성원들은 권력을
가진 지배층에 야합함으로써 자신의 안위를 꾀하는 경우도 있다.

태국의 경우를 보자.

태국의 지도층은 군.정.재계에 걸쳐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태국의 가정과 학교에서 각 개인은 조직의 일원일 뿐이라는 신념을
심어준다.

또 권력집중형 조직구조로 계급을 막론하고 조직의 일원이라면 누구든
구체적이고 명확한 자기역할이 결정돼 있다.

설사 상사가 하급직원에게 권한의 일부를 이양하더라도 책임은 결국
상사에게로 되돌아온다.

이렇듯 아시아지역에서의 리엔지니어링 추진은 성공을 이뤄내기 보다는
실패를 모면하는 것에 급급한 기업분위기가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이 문제에 대한 열쇠는 아시아의 집단주의적 속성을 이용하는데서 찾을
수 있다.

다시말해 개인의 영광보다는 집단에 대한 기여나 조직의 번영을 위해
노력하는 아시아인의 성향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이에따라 아시아에서의 리엔지니어링은 "아래에서 위로(bottom up)"
접근방법 보다 "위에서 아래로(top down)"방식으로 추진돼야한다.

그래서 아시아에서 리엔지니어링을 추진하는 것은 "팀"을 구성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최고경영자를 중심으로 전 조직을 팀단위로 재편성하여 모든 직원들로
하여금 팀의 일원이라는 소속감을 갖게 해야된다.

물론 이런 재구성은 권력자나 개인의 편의가 아닌 조직의 필요에따라
이뤄져야한다.

또 팀원들이 자유롭게 부정적인 의견까지도 제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
돼야한다.

리엔지니어링에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은 중견 간부들의 역할이다.

리엔지니어링은 최고경영자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경영혁신이다.

하지만 최고경영자는 다른 여러가지 일로 시간을 많이 빼앗기기 때문에
개혁추진의 바통은 통상 중견 간부급으로 넘어가게 마련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그 바통이 특정 부서의 부서장에게로 넘어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바통이 특정 부서장에게 넘어갈 경우에 그는 자기 부서의 관점에서
전체회사를 바라보게 되고 이에따라 특정인이나 특정부서에 특혜가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리엔지니어링은 최소한 사업단위의 본부장이 지휘해야지 그 이하선까지
통제권이 이양되면 곤란하다는 말이다.

사내 직원들에게 리엔지니어링의 목적을 충분히 납득시키는 작업도 중요
하다.

직원들을 독려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회사의 비전을 공유해야만
리엔지니어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비전 공유를 위한 수단으로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을 활용할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은 전 사업장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고무적인
슬로건을 내세우면 더 효과적이다.

여기서 전달되는 핵심 메시지는 일관되고 명확해야하며 직원들이 신뢰를
가질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반복적으로 전달해야한다.

리엔지니어링 과정에서 임원들은 사원들의 입에서 나오는 불만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한다.

사원들의 지적가운데 회사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비용을
아끼지 말고 과감히 투자해야한다.

여기서 내부갈등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리엔지니어링에서 최고경영자의
결단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고경영자가 순간의 인기에 영합하거나 안일함에 젖어 있으면 경영혁신은
흐지부지된다.

한술 더떠 안정을 고집하는 보수세력들이 일어나면 경영혁신을 위해 초기에
쏟아 부은 노력 자체가 물거품이 되기 십상이다.

개혁을 주도해 나가는 것은 최고경영자이지만 개혁을 실무에 적용하고
"확대 재개혁"하는 것은 일반사원들의 몫이다.

그러나 리엔지니어링에 대해 일반사원들은 두려움을 느낄수 있다.

중간관리자는 조직내 자신의 위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질수 있고 일반
사원들은 책임과 함께 따라오는 권한마저 거부하고 싶은 생각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최고경영자 입장에서도 일반사원들에게 권한을 이양하는 것이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리엔지니어링은 일대 혁명이기 때문에 과거 안일한 업무흐름을
더 이상 내버려 두지 않는다.

좋은 기술이라도 올바르게 활용할 도구가 없는 사람앞에서는 기술이
쓰레기나 마찬가지인 것처럼 유능한 사람이라도 능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자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이런 관점에서 리엔지니어링은 조직원의 능력을 키우는 "기자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리엔지니어링이 시작되면 눈에 띄지 않았던 직원들도 고객 서비스의 일선에
속속 나오게 된다.

또 권한을 부여받은 직원들은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따라 적절하게 활용하고 개선점을 연구하는
적극성을 보여주게 마련이다.

리엔지니어링의 성공을 위해서는 되도록 많은 구성원들의 공동노력이
필요하다.

조직원들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선 인력연수와 동기부여 책임소재
안배 등의 조화가 이뤄져야 한다.

이같은 기업 혁명에서 주의할 점은 "혁명"도 기업의 장기비전에 따라
정밀한 전략아래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례적인 변화가 아닌 조직의 비전에 근거한 개혁이 돼야 리엔지니어링이
성공한다.

이런 비전없이 돌발적으로 추진되는 리엔지니어링은 회사의 장래를 더
어둡게 만드는 "악재"밖에 안된다.

또 리엔지니어링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책임감을 고취시키기 위해선
인센티브 정책을 철저하게 실행해 나가야 한다.

인센티브제가 정교하지 않으면 회사의 조직이 와해되고 결국 기업의
장단기 목표도 달성할 수 없게 되는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한마디로 리엔지니어링은 기업 조직원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
내는 중요한 "왕도"라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