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어느 대도시를 가보더라도 서울만큼 아름다운 산들로 둘러 싸인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용마산 아차산 인릉산 대모산 구룡산
우면산 청계산 관악산 등.

높지도 크지도 않은 아기자기한 산들이 건물들로 빼곡이 들어찬 서울의
삭막함을 순화시켜 준다.

더구나 시내의 자연녹지가 적은 서울로서는 신이 주신 은총이 아닐수
없다.

그 산들 가운데서도 북한산과 도봉산의 수려함은 으뜸이다.

국립공원다운 풍모를 지닌 산들이다.

그런데 최근 도봉구청이 도봉산에 정상까지 케이블카를 놓고 녹지를
깎아 동물원과 식물원, 심지어 호텔 콘도 전통민속촌 등의 위락시설을
갖춘 주민휴식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발상을 내놓아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고 있다.

산업화 연대 이후 서울이 급격히 팽창되면서 산 주변의 사유지에
건물과 주택들이 들어서 경관이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졌다고 하지만
자연환경보호운동이 세계적인 중요관심사가 되어있는 20세기말의 발상
치고는 너무나 시대착오적이다.

서울 한복판에 우뚝 솟아있는 남산의 몰골을 보라.

빌딩숲에 묻혀버린데다 산허리에까지 주택들이 다닥다닥 올라 붙어
있고 정상에 괴물같은 전망탑과 송신탑, 허리에 야외공연장 식물원
건물이 들어서 있는가 하면 케이블카까지 놓여 있다.

이젠 남산을 바라보면서 자연풍광의 아름다움을 찬상할수 없게 되어
버렸다.

케이블카 설치문제만 하더라도 자연경관을 해친다는 점을 논외로 하는
경우에도 그 타당성을 찾을수는 없다.

물론 외국의 관광지 산들에는 케이블카가 많이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전문등반가들이 아니면 도보로 오를수 없는 2,000m가 넘는
산들에나 놓여 있는게 일반적이다.

스위스의 몽블랑 마테호른 융프라우, 일본의 후지 알프스 등 고봉들이
그 예다.

도봉산은 등산초심자라도 2~3시간이면 걸어서 왕복할수 있는 740m밖에
안되는 산이다.

케이블카를 기다리는 시간을 감안한다면 시간이 절약될수도 없다.

그렇게 볼때 결국은 자연파괴이외엔 아무런 소득이 없다.

또한 당국은 케이블카 설치로 등산로 훼손을 막겠다고 구차한 이유를
대고 있으나 그것은 기존의 등산로 휴식년제를 활용하더라도 충분히
해결될수 있는 문제다.

당국은 국립공원인 도봉산이 도봉구민의 것만이 아니고 서울시민,
나아가 한민족의 자연유산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파괴된 자연은 영원히 복원될수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