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전 국회안에 "국회과학기술연구회"가 구성돼 그 사이 주기적으로 모임
을 가졌다.

과학기술 배경이나 여야의 관계없이, 혹은 소속하고 있는 상임위원회에
관계없이 30여명의 국회의원들이 이 연구회에 참여하고 있다.

전에 없었던 일이라 우리 과학기술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로서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국회의원들이 이 조직에 참여하는것든 여러가지 뜻이 있다고 할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근간이 되는 과학기술 욕성에 여야가 따러 없고, 또
국정을 논의하는 국회의원들이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모임에 더 많은 국회의원들이 참여하여 과학기술을 이해하고 이를
진흥하는데 필요한 법 제정에 앞장 선다면 우리의 소망인 과학기술 선진화의
시기는 훨씬 앞당겨질 것이다.

지난날 국회가 주도하여 제정한 법이 과학발전에 크게 기여한 예가 있다.

1984년에 발효한 "유전공학육성법"이 바로 그것이다.

당시 생명공학의 첨단인 유전자조작기술이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되었을
때, 그 기술이 가져올 막대한 경제적 파급을 인식하고 국회는 즉시 육성법을
제정했다.

육성법에 따라 생명공학분야의 연구인력을 집중 양성했고 대학내 혹은
정부출연및 기업체연구소들이 설립됐고 이를 재정적으로 지원했으며 연구
투자를 확대하는등 세계전진국과도 당당히 겨를 수 있을 정도로 연구능력이
커진 것이다.

지난해 여러나라의 치열한 경쟁을 물리치고 우리나라가 첨단적 생명공학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어린이용 백신의 개발을 목적으로 한 "국제백신연구소"
를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국회가 마련한 육성법에 의하여 신장된 우리의
생명공학연구 능력을 국제사회가 크게 평가하였기 때문이다.

15대 국회의원 선거공천을 앞두고 얼마전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총)"가 각 정당에 과총 임원을 전국구후보로 배정하여 주기를 건의했다.

이 발상은 과학기술자를 국회에 진출시켜서 우리나라 과학기술 진흥을
위하여 봉사케 하자는 것이다.

원래 국회는 국가발전을 위하여 필요한 각종 법을 제정하는 일이 첫째
임무이다.

그래서 국회의원을 "로우 메이커"라고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대부분 국회의원들은 그동안 그같은 근본적 기능을
뒤로 미루고 각각 정치세력놀음에 귀한 시간들을 허비해 왔다.

지난 십여년사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선진화되기까지에는 아직도 그 길이 멀다.

우루한 연구인력의 양성과 그 활용방안, 투자효율성 제고를 위한 방안,
과학기술의 국제화를 촉진할 방안, 연구능력을 결집할 수 있는 방안, 혹은
우주.해양개발등 미래 과학기술을 위한 육성방안등 그 많은 사업들이 적절한
법의 뒷받침없이, 연구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만 떠 맡겨서 될일이 아니다.

과학기술의 궁극적 목적은 우리의 물질적 생활을 풍족하게 하고 또한
우리의 문화적 활동을 풍요롭게 하게 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데도 국회가 단지 정치적 흥정만으로 의정을 다루고 있는 상황을 보는
것은 더 이상 견딜 수 없다.

이 때문에 과총은 과학기술자들을 전국구후보라도 보내야 하겠다고 주장
하는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과학기술자를 국회에 진출시켜야 하겠지만 이번 선거에
정당을 가릴 것 없이 과학기술을 중히 여기고 이의 진흥을 위하여 헌신할
후보자들을 골라 이들을 당선되도록 돕는 일도 바람직하다.

그들이 중추가 되어 종전의 "국회과학기술연 회"를 주도하게 하며 이들에게
과학기술진흥에 필요한 법을 제정하도록 촉구하는 것이다.

21세기가 진정 과학기술의 세기임이 분명한 이때 우리 국회안에 미래지향적
인 과학기술중시 풍토가 정착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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