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례적인 신년인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던 정부 경제팀과
경제단체장간 이날 간담회는 구본영경제수석이 "기자들을 불러 달라"고
요청하면서 "뭔가 있지 않느냐"쪽으로 분위기가 급반전.

구수석은 기자들의 사진촬영이 끝나고 비공개 간담회가 시작되자마자
"대통령이 당부한 말이 있다"며 참석자들에게 기자들을 배석시킬 것을 요구.

지하식당에서 식사를 하다 이 소식을 접한 기자들은 "뭔가 큰 것이 나오는
것 아니냐"며 술렁이는 분위기.

간담회장에 들어갔던 풀기자를 통해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의 "칼국수
회동"이 있을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자 이제 지난해 노전대통령 부정축재
사건이후 계속된 정부와 재계의 냉각정국이 이제 일단락된 것으로 해석하는
표정.


<>.경제팀과 재계총수들은 새해들어 처음 갖는 공식 만남인 만큼 사진
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하기 앞서 5분여간 신년덕담을 교환.

나부총리는 최근 정몽구회장에게 그룹회장직을 물려준 정세영현대자동차
명예회장에게 다가가 "이제 명예회장으로 승진하셨죠?"라며 "의미있는"
인사말.

이에 정명예회장은 "명예회장이 훨씬 편한 것 같아요"라고 웃으며 화답.

최종현전경련회장도 "경제부총리 통산부장관 경제수석등 세분이 전경련을
방문한 것은 창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이 모임이 정.재계의 동반자
관계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한마디.


<>.대통령의 재계 끌어안기 소식이 전해진 탓인지 이날 간담회는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

총수들은 민감한 화제를 피하고 가벼운 농담을 교환하며 재계의 분위기가
일신되게 된 것에 반가워하는 눈치.

박재윤통산부장관은 최회장이 "경제수석이 전경련을 방문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하자 "제가 경제수석 때는 불러주지도 않더니 섭섭
합니다"고 말해 좌중에는 웃음이 가득.

박장관은 또 오랫만에 공식모임에 참석한 최태섭고문(한국유리명예회장)
에게 "올해 여든다섯되셨죠"고 인사말을 건넸다가 "여든일곱 입니다"고
최고문이 답하자 손을 붙잡고 "더욱 건강하시라"고 당부.


<>.경제팀과 총수들의 간담회를 지켜본 전경련 관계자는 "경제관련 최고
책임자들이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회관을 방문한 것은 큰 의미"라며 이것
으로써 지난해 노대통령부정축재사건이 돌출된 이후 불편해진 정부와 재계의
관계는 완전히 정상화 된 것"이라며 앞으로 기업들이 더욱 의욕적으로
사업을 전개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


<>.전경련회장단은 경제팀과의 간담회에 앞서 오전 10시10분 회장단회의를
갖고 올해 사업계획 및 예산안을 검토.

회장단은 이 회의에서 지난 9일 나부총리와 경제5단체장간담회에서 나온
<>중소기업지원방안 <>노사관계안정계획등 재계의 후속조치를 논의하고
경제팀과의 간담회에서 개진할 의견을 교환.

이날 회장단회의는 지난해 11월3일 재계자정선언 이후 처음 열리는 것인데
조석래효성그룹회장은 "총수들이 이렇게 많이 모인 걸 보니 올해는 경기가
좋을 모양"이라고 농담.


<>.이날 회장단회의및 간담회에는 노전대통령부정축재사건과 관련돼
불구속기소된 기업인 가운데는 최원석동아그룹회장만이 참석해 눈길.

이건희삼성회장은 "선약"을 이유로 김우중대우회장은 해외에 출장중이어서
이날 간담회에는 불참.

최회장은 시종 담담한 표정이었고 다른 회장들도 비자금사건에 대해선
가능한한 언급하지 않으려는 듯 최회장에 대한 위로인사도 생략하는 분위기.

한편 "4월 은퇴설"로 주목을 끌어온 박성용금호그룹회장은 "은퇴설이
사실이냐"는 기자들의 계속된 질문에 대해 처음에는 답변을 회피했으나
나중에는 "물러날 생각"이라고 은퇴설을 확인.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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