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련은 남색질과 여색질을 함께 하는 작자였다.

혼자 바깥 서재로 나와 지내다보니 이번 기회에 바람이나 피워보자는
생각이 그 어느때보다도 강렬하게 일어났다.

딸 대저가 홍역을 앓고 있는데도 거기에 대한 염려는 아내의 몫인양
가련 자신은 별로 걱정도 하지 않았다.

의원 둘이나 붙어있으니 홍역 정도야 쉽게 낫겠지 싶기도 했다.

가련은 아내 희봉이 딸아이의 병 구완을 위해 정성을 들이고 있는
판에 차마 집밖 거리로 나가 바람을 피울 수는 없고 하여 상노아이들
중에서 얼굴이 예쁘장하게 생긴 아이를 골라 자리를 시중들게 하면서
그 엉덩이를 탐하곤 하였다.

그런데 한 아이는 가련의 물건을 뒤로 받아주는 일이 너무 고통스러워
기지를 발휘하였다.

"주인 어른님, 여자들이랑 노시지 왜 우리같은 시동들과 노시나요?
우리랑 하면 별로 재미도 없잖아요?"

그러면서 그 아이는 슬쩍 엉덩이를 돌려 시간을 벌었다.

"이놈아, 나도 여자들이랑 놀고 싶고 말고. 그런데 딸아이가 아파서
마누라가 저렇게 두진낭랑께 치성을 들이고 있는데 남의 눈도 있지
어떻게 다른 여자랑 놀아난단 말이냐?"

가련이 그 아이 녀석의 허연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철썩 때리며 푸념을
늘어 놓았다.

"좋은 수가 있어요. 제가 다른 사람 몰래 다리를 놓아드릴게요"

"네 놈이 누구랑 다리를 놓아주겠다는 거야?"

"늘 술레 취해있는 다관이라는 요리사 있잖아요. 그 마누라가 기가
막히대요.

다관이 남자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지 그 마누라는 돈만 좀
쥐어주는 남자만 있으면 그냥 붙어버린대요.

그런데 그 여자랑 자본 남자들은 그 여자의 방중술에 정신들이 다
나가나봐요"

아닌게 아니라 가련도 다관의 아내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터였다.

하지만 워낙 아내 희봉의 감시가 심한지라 그 여자를 안아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아내 희이 딸아이에게 온통 신경이 쏠려있는 이때야말로 다관의 아내를
안아볼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결국 그 상노아이가 다리를 놓아준 덕분에 가련은 다관이 술에 취해
곯아 떨어져 있는 틈을 타 다관의 아내가 누워있는 방으로 몰래
들어갈수 있었다.

물론 다관의 아내는 밤중에 발소리를 죽여 방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가련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창으로 스며든 희미한 달빛에 비친 다관의 아내의 몸매는 여러 여자들을
경험해본바 있는 가련으로서도 경탄하지 않을수 없었다.

가련은 정신이 밤쯤 나가 허겁지겁 다관의 아내를 덮쳤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