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년 주식시장은 을해년의 악몽에서 벗어나 건전한 자본시장으로서의
제모습을 찾아 갈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주식시장은 연초 정부의 과다한 주식물량 공급계획으로 찬서리를
맞으면서 약세로 출발, 외국인투자 한도가 확대된 7월을 전후한 3~4개월을
제외하고는 1년내내 맥을 추지 못했다.

특히 연말을 앞두고 터진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파문을 계기로
주가는 곤두박질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말 주식시장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한해를 마무리함으로써
새해애 대한 기대를 표현했다.

올해 주식시장은 시장자체뿐만 아니라 증권산업 전반의 폭넓은 변화를
경험하게 될 전망이다.

국내 증시의 개방확대와 선진화를 향한 이러한 변화는 정부의 경제협력
개발기구 (OECD) 가입노력이 본격화되는 것과 겹쳐 외국인투자한도 확대
및 외국증권기관 국내 진출 가속화, 증권사 투신업 진출, 주가지수
선물시장의 본격 가동 등을 통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새해 주식시장은 외국인과 해외증시, 그리고 기관들의
영향력이 더욱 강화되는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전문가들은 이같은 변화속에 올해 주식시장은 종합주가지수 1,200선
돌파를 1차적인 목표로 삼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함께 올해 주식시장에는 국내경기의 연착륙 가능성과 증시내부의
수요공급 상황이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논쟁과 증시수급 불균형 문제는 작년 주식시장을 억누른 주요한
요인이기도 했다.

4월의 총선과 정치권변화, 북한을 둘러싼 한반도정세, 국제경제
상황변화 등이 장외악재로 돌출할 가능성도 점쳐지지만 노씨 비자금
파문으로 촉발된 정경분리노력이 본격화 되면서 주식시장도 점차 독자적
으로 움직이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장외악재의 영향력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기본적인 주식시장 환경을 엮어낼 국내경기는 작년말부터 시작된 하강
국면을 피할 수 없을 것같다.

그러나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국내경기가 대체로 급격한 둔화를 피해
연착륙으로 흐르면서 97년이후의 재도약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숨고르기
양상을 띨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작년말 개각에 따라 출범한 나웅배경제부총리의 경제팀이 성장
중시정책을 펼 것으로 기대되는 것도 경기 연착륙을 전망하는 중요한
배경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작년에 30% 넘는 증가율을 보였던 기업들의 경영수익도
올해에는 다소 둔화되겠지만 20%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설비투자감소와 풍부한 유동성, 금융소득종합과세 회피자금을 흡수하며
보였던 작년하반기의 시중실세금리 하향안정세가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주식시장에 더할 나위없는 호재가 될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공공요금을 선두로 지난해보다 높은 물가상승이 예상됨에 따라
낮은 시중금리로는 자금주들이 금융기관이나 채권시장에서 기대수익률을
채울 수 없게되고 이에따라 시중여유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릴 가능성이
그어느 때보다 큰 편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 시행에 따른 세금회피자금의 증시유입효과도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경제여건의 성숙으로 실물경제의 거울이라 할 수 있는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탈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증권사들은 새해 주식시장은 풍부한 시중자금을 끌어들임으로써
기업실적을 크게 중시하지 않고 광범위한 종목이 상승세를 타는 금융
장세를 연출할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 내부의 수급문제가 주가상승을 억제할 가능성도 있다.

우선 지난해 미뤄놓았던 대규모 공개물량이 올해로 넘어 온 것이 큰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말 기업공개 요건을 완화한 것도 올해 공급물량 증가를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공기업 민영화추진에 따른 정부의 지분매각물량도 적지 않은 부담감
으로 등장할 수 밖에 없다.

당장 거론되고 있는 덩치큰 신규공개 예정물량만해도 LG반도체
현대중공업 현대전자 한국통신 등 대기업들의 기업공개 및 은행 등
금융권의 증자물량 등 3조~4조원 어치나 대기하고 있다.

이밖에 지도관리계약체결 감사인지정 등의 절차를 밟으면서 공개를
기다리고 있는 기업이나 계획된 유.무상증자 등을 감안하면 올해의
주식공급규모는 작년 실적 (7조원)을 크게 넘어 10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주식시장의 잠재수요가 큰것은 사실이다.

시중금리의 하향안정, 금융소득종합과세 시행등에 따른 시중자금의
유입외에도 빠르면 총선전후로 예상되는 외국인투자한도 확대 등에
따라 외국자금의 증시유입도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같은 잠재수요가 실제수요로 바뀌기 위해서는 주가가
지속적인 상승세를 타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주식공급물량을 적정수준으로 조정하는 정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빠르면 5월부터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되는 신설 투신사들도
본격적인 영업은 97년부터나 가능하겠지만 주식시장의 신규 수요창출에
적지않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주식시장에서 기관투자가들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국계자금은 미국 증시의 정점도달전망과 국제금리의 하향안정세 등에
따라 상당규모의 유입이 기대되지만 들어오더라도 일부 우량종목에만
제한적으로 투자될 가능성이 크다.

또 국제적인 포트폴리오 (분산투자) 전략에 따라 급격한 유.출입이
예상돼 국내증시의 교란요인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개방화 국제화에 따른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국내증시의
대응력 강화가 중요한 과제이다.

이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떠맡아야 할 몫이다.

국내외 증권사들은 수급이 균형을 이룬다는 전제하에 올 연말 종합
주가지수 기대치를 1,200~1,300 포인트 정도로 잡고 있다.

분기별로는 작년말의 상승세에 1월효과까지 더해져 연초 상승세를
타다가 2.4분기에는 총선과 본격적인 임금협상철을 맞는 노사갈등 등의
악재와 함께 일시 조정을 받을 것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외국인한도 확대와 한일간의 2중과세방지협정추진 등 주로
해외의 재료에 힘입어 주식시장은 3.4분기부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뒤
연말까지 계속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선경증권은 상반기의 종합주가지수 평균을 1,040포인트 (980~1,250)
하반기에는 1,120포인트 (1,080~1,350)로 내다봤다.

본지 자매지인 경제전문주간지 "한경 Business"가 지난 연말 국내의
외국증권사 지점장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 종합주가지수도 최저
950~1,000 최고는 1,200~1,300선으로 점쳐졌다.

동서증권은 보다 낙관적이어서 상반기중에 950~1,000선으로 최저치를
기록하고 연말에는 1,300~1,350선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대우증권도 900~1,300선에서 종합주가지수가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 이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