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정부의 가격규제와 인상승인 등의 개입이 없어도
시장에서 수요가 줄고 경쟁이 심해지면 가격은 떨어지고 질은 다양해 진다.

제조업과 유통부문에서 일어나는 가격파괴가 공공 서비스 부문이라고 해서
예외가 되지 않는다면 내년도 물가불안은 상당히 덜수 있다.

개각이후 처음 소집된 지난 26일의 경제장관회의에서 라웅배 부총리는
새해 경제운영의 최우선 목표를 물가안정 지속과 경기연착륙 유도로 정하고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가격파괴형 경쟁촉진정책을 통해 물가를
안정시키겠다고 했다.

독과점 공급체제에 시장왜곡 통제가격의 표본인 공공 요금에도 생산성향상
과 경영혁신으로 이제부터는 가격파괴 바람이 일어나야 한다.

워낙 낮은 가격에서 출발한 이유도 있지만 대부분의 공공요금은 지난
15년간 물가상승의 주범은 아닐지라도 물가인상을 주도해 왔다.

전기 전화 우편 철도요금과 학교납입금등 32개 주요 공공요금은 1980년에
비해 평균 2.62배로 연평균 상승률이 6.6%에 이르렀다.

전체 소비자물가 지수가 2.27배로 올라 연평균 상승률이 5.6%였던데 비해
훨씬 높았다.

지금까지의 공공요금 인상이 가격왜곡 해소를 위한 가격 현실화였다면
이제부터는 공기업의 경쟁력강화와 공공부문의 리스트럭처링을 통한 공공
요금 가격파괴여야 한다.

기술혁신과 경쟁압력이 더 좋은 공공 서비스를 더 싸고 더 편하게 고객에
공급되어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어야 한다.

정부의 공공요금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첫째 정부의 행정 통제력보다는 시장의 경쟁압력이 공공요금의 안정과
공공 서비스의 질향상에 더 효과적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공공요금 가격자율화가 곧 경쟁적 가격인상으로 이어져 국민생활에 부담을
주리라는 우려는 오직 가격통제로 권한을 행사하여 물가안정을 꾀하겠다는
행정만능주의 발상의 산물이다.

지난번 공공요금의 가격통제권을 재정경제원에서 업계나 지자체에 넘기는
데 주무 부처가 반발한 것은 시대의 변화를 외면하는 관료주의적 "밥그릇"
싸움의 예이다.

생산을 담당하지 않는 행정관료가 가격을 결정하려는 발상을 버려야 한다.

둘째 정부 부처가 공공 서비스의 공급계획을 세우고 사업을 벌이고 가격을
정하는 정부 독점체제의 비효율을 줄여야 한다.

공공부문에도 기업형 독립채산제(corporatization)를 도입하고 민간위탁,
민간이양, 또는 궁극적인 민영화(privatization)를 실현해야 경쟁과 책임을
바탕으로 한 생산성향상이 공공요금 가격파괴를 가져올 수 있다.

셋째 새 내각의 경제팀은 공공요금의 정치게입에 개혁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정부가 가장 직접적으로 책임지는 공공부문에서 서비스 향상과 가격파괴가
일어날수 없다면 개방확대와 경쟁촉진을 경제전반으로 확대시킬 수 없다.

적자타령으로 요금인상을 요구하는 공공서비스 공급자에게 그들보다 더
효율적으로 일하고 경영할수 있는 경쟁자가 민간과 외국 기업에 많이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려줘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