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고속도로 현풍IC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세림제지는 주변의
평화스런 농촌 풍경만큼이나 노사간의 정이 넘치는 회사로 손꼽힌다.

이 회사가 입주해 있는 달성 지역은 대구에서는 가장 노사 분규가
심한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회사는 발전적인 노사 관계의 견학
코스로 선정될 만큼 원만한 노사 관계를 이룩하고 있다.

그러나 이 회사도 처음부터 이같이 원만한 관계로 출발한 것은
아니다.

84년 마니라 판지를 생산하는 업체로 설립된 세림제지는 87년 노조가
처음 설립된 이후 계속 노사간의 불신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 회사의 노조는 87년 당시 사회적인 민주화 열풍에 긴장한 회사측이
어용 노조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어용 노조에 비판적이던 직원들이 기존의 노조에 집단 가입,
총회를 통해 집행부를 구성하면서 바로 무능 간부 퇴진 운동을 벌여
상당수 간부가 퇴진하는 등의 갈등이 본격화됐다.

이에 대해 회사측이 감정적으로 대응하자 노조는 92년 임단협에서
총파업으로 대응하는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해의 총파업에서 노조는 이탈자 없이 전원 출근해서 4일간의 농성을
벌이는 등 단결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하루 7 8천만원의 직접 매출 손실로 이어졌고 파업이
끝난 후에도 생산성의 저하와 불량률의 감소가 심해지면서 회사의 생산
경쟁력은 점점 떨어져 갔다.

그 결과 노사 양측에서 모두에게 모두 손해라는 인식이 점점 높아졌다.

회사측은 손실을 최대한으로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사 관계를
구축키로 하고 사장이 직접 참여하는 경영 설명회를 활성화하고
한마음 체육대회, 야유회, 회사내 써클지원등으로 하나 되기에 나섰다.

노조도 파업 와중에도 조업 재개에 대비해 수송 라인을 청소하는 등
극한 투쟁을 삼가했고 장기 파업이 모두를 패배자로 만든다는 인식에 따라
적극적인 관계 정립에 나섰다.

그 결과 노사의 신뢰감은 급격히 향상되었다.

회사측은 복지 제도를 크게 강화해 자녀의 대학 학자금, 연 5%의
장기 저리 주택 자금 융자, 장기 근속자 부부 동반 해외여행, 경조비의
대폭 인상 등 다양한 제도를 새로 실시됐다.

근로자의 자기개발과 동기부여를 위해 생산직 승진제도를 도입했고
작업환경을 크게 개선해 환경마크를 획득하기도 했다.

노조도 93년 하반기부터는 회사의 정책에 적극적인 동참했다.

회사측의 5S운동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ISO9002의 인증을 위한
교육을 담당해 제지업계에서 최초로 이를 획득토록 하는 열성을 보였다.

이제는 임금이나 복지 부문도 업계 하위권에서 지금은 상위 그룹으로
올라섰다.

임금은 지난 6년간 5배 가까이 올랐다.

노조도 자체 사업으로 매점과 휴게실을 운영해 나오는 기금으로 탁구장
당구장 등의 복리시설을 운영하면서 복지 후생을 조금이라도 높이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적은 몫을 가지고 다투기 보다는 열심히 일해 서로 많이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을 현실로 보여준 것이다.

이 회사의 이동윤사장은 "인간존중을 통한 노사화합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인간 존중, 인간화합의 건강한 기업문화 구축을 경영
방침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고 말한다.

최창주 노조위원장은 "이제 노조의 활동도 회사와 종업원은 공동운명체
라는 사실을 바탕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무분별한 노사분규로 회사측에 지나친 부담을 강요해서도
않되지만 결코 비굴하게 구걸을 해서도 않된다"며 일한 만큼 받는다는
주인의식을 강조했다.

그의 이같은 정책은 조합원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아 외부노동단체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최근 선거에서 85%의 지지로 노조 위원장 3연임의
영광을 안기도 했다.

원만한 노사 관계를 바탕으로 세림제지는 지난 92년 매출 7백억원에서
올해는 1천억원의 매출을 예상할 정도로 안정된 성장을 계속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현재 1백30억원을 투입 설비를 증설하고 품질향상을
통해 선진국 수출에 나서고 내수 시장 점유율도 크게 높인다는 장기비젼을
추진중이며 내년 2월말에는 기업을 공개하는 등 새로운 도약을 준비에
여념이 없다.

[ 대구 = 신경원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