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차를 구입하는게 유리한가 내년에 차를 사는 것이 좋은가"

현대 기아 대우등 자동차업체들이 연말까지를 기한으로 일제히 무이자할부
판매를 실시하자 소비자들이 차량 구입시기를 놓고 손익계산에 분주하다.

무이자판매로 이자부담이 줄어든 이때 차를 구입해 구입비용을 줄일
것인가 아니면 중고차값을 더받을 수 있도록 내년으로 구입을 미룰 것인가를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것.

연말에 차를 구입하면 해가 바뀌면서 승용차의 연식(자동차 생산년도)이
달라져 중고차값이 떨어진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연말에 자동차 구입을 기피한다.

자동차업계가 연말이면 중고차값 손실분만큼 차값을 할인해주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올해는 다소 상황이 다르다.

자동차업계에서 일제히 무이자할부판매를 벌이고 있기 때문.

이때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는 할부이자만큼을 절약하면서 차를 구입할
수 있다.

문제는 무이자로 차를 구입해서 이자소득을 얻느냐 아니면 내년에 차를
구입해 연식에서 손실을 보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저울질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지금 차를 구입하는게 유리하다.

무이자할부판매로 인한 이자소득이 중고차값 손실보다 더 크다는 얘기다.

24개월 할부구입시 소비자는 할부원금에 붙는 연 14.5%(자체식)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현대 쏘나타II의 경우 차값 가운데 선수금을 제외한 8백만원은 할부로
납부해야 한다.

정상 할부의 경우에는 이자를 포함하게돼 할부금총액이 9백20만원이 된다.

하지만 무이자할부는 총액이 8백만원 그대로여서 소비자는 1백20만원의
이자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소비자가 내지 않아도 되는 할부이자액은
24개월 무이자할부를 기준으로 <>소형차인 엑센트가 67만5천원 <>아벨라가
59만2천원 <>준중형인 세피아는 1백12만원 <>중형인 프린스는 1백18만원
<>대형인 그랜저는 2백70만원으로 차종별로 51만원~3백95만원이다.

결국 "무이자할부판매로 물지 않게된 이자금액만큼은 소비자의 이득이
된다"(홍두표 현대자동차전무)는 것이다.

이에 비해 1년의 연식차이로 중고차값의 손해는 10만~3백30만원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 중고차업계의 지적.

중고차값은 해당차량의 연식과 관리상태, 주행거리에 따라 상.중.하로
등급이 정해진다.

대체로 연초에 생산된 차는 "하"등급을 받고 연말에 구입한 차는 "상"등급
을 받는다.

차를 적게 운행하는 경우라도 1년동안 2만 정도는 굴리고 다니기 때문에
같은해 차를 사더라도 연초에 구입한 차는 중고차로 팔때 "하"등급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95년초에 구입한 "하"급 중고차값과 94년말에 구입한 "상"급 차간의 차이는
크지 않다는 것이 중고차업계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쏘나타II 2.0의 경우 94년식 상급중고차(8백70만원)와 95년식
하급중고차(9백만원)의 가격차는 30만원에 불과하다.

비슷한 방법으로 계산하면 엑센트 1.3은 10만원 세피아는 30만원정도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연말에 구입한 차량의 중고차값이 연식이 바뀐뒤 연초에 구입하는 차량에
비해 중고차값에서 손해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같은 연식이라도 상급과 하급간의 차이가 더욱 큰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무이자 할부판매로 인한 이자소득이 중고차값 손실보다 30만~2백
만원 많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게다가 "연식에 따른 중고차값의 차이는 차가 오래될수록 적어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오랫동안 운행할 고객은 지금 차를 구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최동진 자동차매매조합실장)는 점을 감안하면 자가용으로 구입할 소비자
에게는 지금이 자동차 구입의 적기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평면적으로 비교했을 때의 얘기다.

무이자할부판매가 내년에도 지속된다면 상황은 또 달라진다.

업계가 무이자할부판매를 계속할텐데 중고차값 손해를 감수하고 굳이
연말에 차를 구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

또 내년에 부분모델변경(페이스리프트)이 예정된 일부 차종은 구모델의
중고차값이 더 떨어지기 때문에 연말 구입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태웅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