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는 생산요소가격왜곡으로 인해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됐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30여년간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을 이룩해 관심있는 연구대상이
돼왔다.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타결로 세계무역기구(WTO)체제가 출범함에 따라
각국은 보조금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 보조금운용축소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따라서 한국도 금융재정보조금을 UR규정에 맞도록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금융산업 전반에 대해 자율화를 추진하고, 단기간에 대부분의
금융및 재정보조금 폐지를 추진하는 시점에서 보조금이 경제발전에 미친
효과를 분석하는 것은 산업정책방향 설정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과거 정부의 금융및 재정보조금은 정책적 육성산업부문에 시장이자율보다
낮은 이자율로 지원되는 정책금융지원과 세제상의 지원을 포함하고 있었다.

특히 최근까지도 수출산업을 포함한 중점 육성부문에 금융및 재정보조금을
지원해 해당 부문의 빠른 성장이 가능했고 자본집약적인 생산방식을 채택
하는 중요한 동기가 됐다.

또 이같은 정책은 중화학공업부문의 성장을 촉진했다고 볼수 있다.

정부가 정책적 육성 산업부문에 지원해온 금융지원규모는 다른 나라에서
그예를 찾기 힘들 정도로 컸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정책금융과 관련된 이자보조로 60년대 초.중반기와
70년대에는 실질이자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또 금융보조금이 GN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년대에 3%수준에서 70년대에는
10%수준에 이르렀다.

더구나 70년대에 정부가 낮은 이자율로 특정기업에 대출해준 해외자금이
GNP의 6%수준에 이르렀다.

또한 71~81년동안 자본집약적 제조업부문의 평균부가가치당 은행대출비율은
노동집약적 제조업부문보다 20~32%가량 높았다.

특히 해외자본차입을 포함할 경우 그 비율은 120~170%에 달했다.

최근 연구결과 한국의 생산요소시장 왜곡이 시정됐을때 생산증가효과는
3%정도로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됐다.

그 이유는 생산요소시장의 왜곡이 시정돼 생산요소가 재분배될때 한 부문
에서의 생산량증가는 다른 부문에서의 생산량감소로 상쇄되기 때문이다.

즉 자본시장의 왜곡을 제거하면 중화학공업부문에서 자본이 이탈해 자본이
집약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노동집약적인 다른 경공업부문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같은 자본이동은 자본의 생산성을 증대시키므로 어느 정도의 생산증가
효과는 가져온다.

그러나 이같은 자본의 이동은 노동력의 이동도 초래하게 된다.

이때 노동력이 이동하는 새로운 부문의 노동생산성은 이전의 고도로 자본
집약적이었던 부문보다 낮아지게 되므로 생산요소의 이동에 따른 생산효과는
서로 상쇄돼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자본시장의 왜곡이 시정되는 경우 생산요소재배치에 따른 산업간 구조조정
효과로 중화학공업부문은 축소되고 경공업부문이 확대된다.

구체적으로 1차금속부문 기계부문및 운송장비부문이 축소되며 반면에
음료부문 연초부문및 가죽부문의 확대가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소시장왜곡이 시정돼 생산요소가 재배치되면 생산과 소비에 영향을 줘
무역수지도 변하게 된다.

자원이 중공업부문에서 경공업부문으로 이동하면 중공업부문의 생산이
줄어들어 수출이 감소하는 결과를 나타냈다.

경공업부문에서는 생산이 늘어나기는 하지만 경공업부문의 수출증가가
중공업부문의 수출 감소를 상쇄하지 못했다.

이는 자본시장 왜곡이 시정되면 전체적으로 순수입이 증가해 무역수지
적자가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볼때 한국정부의 자본시장개입이 자본배분의 비효율성을 가져왔음
에도 불구하고 수출을 촉진하고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는데는 기여했다고
볼수 있다.

요소가격왜곡이 국민후생에 미치는 효과는 비교적 낮은 것으로 추정돼
일반적인 생각과는 차이를 보였다.

이같이 분석이 주는 정책적인 시사점은 첫째 부문별 왜곡은 서로 상쇄되는
효과가 있어 특정 부문의 왜곡을 개별적으로 시정하는 것이 반드시 생산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원배분왜곡 문제를 시정하기 위한 정책은 특정부문의 왜곡에
초점을 맞추는 것 보다는 산업전반에 대한 조정을 바탕으로 종합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할수 있다.

둘째 생산요소시장왜곡에 의한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이 한국의 경우 경제
발전에 부정적인 효과만 준 것은 아니었다.

그 이유는 자본가격이 낮아 가능했던 자본의 집약적인 사용은 규모의 경제,
자본의 빠른 축적 등을 가져왔다.

이같은 이득은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을 충분히 상쇄했다고 볼수 있다.

마지막으로 WTO체제출범으로 보조금 지급의 축소및 폐지는 불가피하고
이는 요소시장왜곡을 개선시킬 것이다.

따라서 보조금의 무역에 대한 효과는 수출이 줄어들어 무역수지 적자증가로
추정된다.

따라서 국민 스스로가 소비성 재화의 소비를 줄이고 건전한 소비를 해야
한다.

한국경제에 대한 이같은 연구결과는 경제이론의 예상을 벗어나는 것이었다.

물론 이 분석에 80년대까지의 자료를 사용했다는 한계가 있으며 80년대
후반부터는 요소시장왜곡은 크게 시정돼 왔다.

또한 신경제계획에서 추진하고 있는 경제자율성 확대, 규제완화, 요소시장
왜곡 시정과 같은 정부 정책은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을 제거해 장기적인
경쟁력강화에 기여할 것이므로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