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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는 13일 "생산조직과 노사관계의 생산성"을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이윤추구와
함께 종업원만족극대화를 기업목표로 삼겠다는 최고경영자의 결단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함께 했다.

주제발표를 소개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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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무기 < 서울대교수 / 경제학 >

최근 10~20년간 노사관계에 대한 가장 중요한 인식변화는 분배측면에서
탈피해 생산측면에서 그 중요성을 재발견하게 됐다는 점이다.

기업의 여러 요소 가운데 "사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근로자를 새롭게 대우함으로써 종전에 기대할수 없었던 큰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에 기인한 것이다.

이런 변화는 테일러시스템과 그에 기초한 대량생산체제의 종언현상과도
관계가 있다.

테일러시스템에서는 기술의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고 작업현장
근로자는 극히 간단한 동작만 하면 그만이었다.

이런 생산시스템은 70년대까지 지속됐지만 이후 여러 선진국에서 그
나라의 풍토에 맞는 진전된 생산조직을 발전시키기 시작했다.

스웨덴에서는 소위 사회기술적 시스템이 나왔다.

노동소외 문제를 중요시해 자율적인 팀제를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일본의 "린"(Lean)생산방식은 경영상의 장애물을 신속히 확인하고 그것을
제거 해소하는 방식으로 발전돼왔다.

라인에서 품목전환을 촉진시키는 기술을 비롯 <>품질관리조 교육
<>정비개선 <>종업원참여를 통한 문제해결등의 방식을 도입했다.

품질관리조 운동을 종업원 참여제도로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미국은 지난 70년대 후반부터 국제경쟁력 상실, 제조업 공동화현상,
노동조합 조직률의 급강하등의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개별기업 단위로
광범하게 생산시스템 개선활동을 벌여왔다.

미국 특유의 인적자원관리(HRM : Human Resource Management)를 기초로
일본의 린생산방식, 스웨덴의 팀제등을 부분적으로 가미했다.

<>노사공동문제해결위원회 <>품질관리조 <>팀제 <>성과.이윤배분제
<>경영정보제공 <>종업원 참여보장 등은 과거 대립적 노사관계에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제도들이다.

이렇게 선진각국은 새로운 생산시스템을 만들어 경쟁력을 유지하는 한편
노사관계를 전략적 차원에서 활용하고 있다.

노조와 긴밀히 협조하면서 "사람"으로부터 기업회생의 에너지를 얻어내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도 그동안 경영혁신 운동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전개돼왔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사람을 중심에 세우고 사람으로부터 조직의
활력소를 찾고자 하는 선진국의 방식과는 거리가 먼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노사관계는 곧 대립관계"라는 낡은 패러다임에 서 있는데서 오는
잘못이다.

노사관계를 단체교섭 국면에만 한정시켜온 과거의 관행 때문에 생긴
인식이다.

노사관계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란 최고경영자가 노사관계를 중요한
전략적 변수로 보는데서 출발한다.

기업의 목표를 이윤추구와 종업원의 만족 극대화라는 두가지를 동시에
달성하는데 둔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래서 종업원 존중, 인간본위의 경영으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생산조직
으로 만들 결심을 해야한다.

우리의 체질에 맞는 제도나 프로그램을 최대한 개발하고 도입하게 되면
위의 두가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는 비슷한 노력으로도, 예컨대 미국의 경우보다 훨씬 높은
종업원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고경영자가 경영스타일을 바꾸어 종업원의 존중과 우대 방법을 택할 때
한국의 근로자들은 상당히 높은 탄성치를 갖고 반응한다.

제도나 프로그램이 도입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회사의 방향만 확실하고
지속적 추진의지가 확인되면 적어도 직접적인 파업이나 태업은 경험하지
않도록 종업원들이 대응해 준다는 것이다.

이런 바탕위에서 한국의 풍토에 잘 맞는 생산시스템은 일본식 린생산방식
에 미국식 인적자원관리방식을 첨가한 것이 바람직하다.

근로자의 높은 기량이 최대한 발휘되는 "사람"중심의 생산조직에서
노사관계는 높은 생산성과 그에 따른 후일의 높은 분배를 기약해 줄 수
있는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다.

새로운 "합심협력"적인 노사관계를 경영자의 결심으로 구축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경영혁신은 그만큼 공허하고 구태의연한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