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6일 공개한 대학설립 준칙안은 일부 예상되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긍정적 측면이 훨씬 많은 내용으로서 앞으로 우리나라 대학교육은
물론 교육전반에 큰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이 안의 핵심은 한마디로 대학설립 요건을 완화한 데 있다.

물론 학교터와 건물등 외형적 요건을 주로 완화하고 수익용 재산및 교수
1인당 학생수와 같은 질적 요건은 오히려 더 강화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대학설립을 지금보다 훨씬 수월하게 했다.

설립이 쉬워지면 의당 난립이 우려되고, 따라서 대학의 저질화가 초래될
위험이 있다.

그 대신 대학문호는 넓어지고 대학간의 경쟁이 제고됨으로써 결과적으로
대학의 질적 수준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의 교육열은 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만큼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유네스코가 비교한 인구 10만명당 고등교육 학생수는 남녀평균 한국이 92년
4,540명(94년 4,938명)으로 캐나다 미국 다음으로 많은 세계3위이다.

교육열의 정도와 입시지옥의 심각성에서 결코 한국에 뒤지지 않는 일본은
우리보다 한참 뒤인 31번째(2,338명)이며 대만은 14위(3,147명)에 올라
있다.

우리가 이만큼 살게 된 것은 요컨대 높은 교육열 덕분이다.

또 우리가 가진 가장 중요한 자산은 바로 사람,즉 인적자원이며 이 자원의
가치와 효율을 극대화하는 길은 다름아닌 교육이다.

우리의 교육이 지난날 경제개발과 민주정치발전에 기여한 공적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교육, 특히 고등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도 엄청나게 많고 심각하다.

수없이 많은 문제들 이 제기되고 갈피를 잡기 힘들 정도의 빈번한 손질이
거듭돼 왔다.

그러던 중에 지난 5월말에는 세칭 "5.31 교육개혁안"이 교육개혁위원회에
의해 청와대에 보고, 발표되었으며 자율과 개방을 바닥에 깔고 교육재정
확충을 약속한 이 개혁안에 따라 대학설립 준칙안도 출현케 된 것이다.

변하지 않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할 정도로 광범위한 분야에서, 그것도
급속한 변화가 일종의 생존전략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런 현실에서 우리의 대학교육만은 설립에서 학사운영, 정원관리에
이르기까지 경직적이고 획일적인 규제의 틀을 좀체로 벗어나지 못해왔다.

5.31 교육개혁안은 바로 이 분야에 획기적인 수술을 가하여 설립과 학사
운영은 내년, 정원은 97년부터 자율화한다는 목표를 설정해 놓았다.

대학설립 요건의 대폭적인 완화는 여타 분야와 마찬가지로 진입장벽을
완화, 자율과 개방의 폭을 최대한 넓혀줌으로써 대학교육에서도 시장경제
원리를 달한다는 뜻이지 저질 대학의 난립도 감수한다는 취지로 받아
들여서는 안된다.

대학간에는 우수학생 확보를 위한 경쟁,학생들 사이에는 넓어진 선택의
기회와 함께 우수대학, 적성에 맞는 대학을 고르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저질 대학은 결국 자연도태될 것이다.

대학의 질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보다 많은 정보에 접할수 있어야 한다.

요는 대학이 변해야 한다.

그래야 설립요건 완화가 질의 저하대신 경쟁을 통한 질의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