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지구상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언어는 영어다.

영어는 12개국 3억5,000만명이 국어로,또 33개국 4억5,000만명이
정부활동을 수행하는게 공식언어로 각기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56개국은 학교에서 영어를 교육하고 있다.

영어를 사용하거나 배운 숫자를 합친다면 모두 20억명이나 된다는
추산이다.

세계인구의 38%가 넘는 숫자다.

불과 400여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영국인들은 영어의 장래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1582년 리처드 멀캐스터라드 언어학자는 "영어가 보잘것 없는 언어라
섬나라인 영국 이외에는 더 이상 보급되지 못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영어의 기원과 발달과정을 되돌아 보자면 그의 예견도 타당한 점이
없지않다.

외국언어들의 부단한 영향을 받아 각종 외국 요소를 내포한 일종의
혼합어이 성격을 지냈기 때문이다.

영어의 역사는 5세기말 게르만족의 분파인 앵글로색슨이 영국으로
건너오면서 시작되었다.

그 이전의 원주민인 켈트족의 언어와 고대모마제국의 정복기의 라틴어
영향도 그 바탕이 되었음은 물론이라고 그뒤 9세기에는 앵글로색슨과
같은 게르만족인 바이킹에 정복되어 스칸디나비어언어가 들어와 어휘가
증강되었고 11세기에는 영욱을 정복한 노르만족이 사용한 프랑스어의
영향으로 더 다듬어 지고 보강되었다.

영어는 그런 가운데서도 외국적인 요소들을 동화시켜 가면서 국어로서의
자국성을 잃지 않았다 그것은 영어의 진취적이고 남성적인 면모를 보여
주는 것이었다.

이러한 코스모폴리탄적 성격이 영어를 세계어로 등장하게 하는데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영어는 대영제국의 출범과 더불어 전세계로 확산되었고 2차대전 이후에는
미국의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에 힘입어 세계어로 급부상했다.

개방시대를 맞은 지금엔 과학 기술 통상 외교 대중문화 여행등 모든
부문에서 의사소통의 매개수단으로서 필수품이 되었다.

해방이후 중학교 이상에서만 가르치던 영어 교과과정을 97학년부터
국민학교로 확대한다는 당국의 방침이다.

국제화추세에 맞춘 세계어 조기교육에는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문제는
그 목적을 제대로 달성시킬수 있는 교과과정개발과 교사 양성에 있다 할
것이다.

과거에 대학과정까지 10년동안 영어를 배우고도 외국인과 의사소통이
불가능했던 부실교육의 전철을 더 밟아서는 안되겠다는 우려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