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영 < LG경제연 책임연구원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시기와 관련된 논의가 재연되고 있으나
찬반 양론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느낌이다.

예정된 일정내로 96년 가입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OECD에
가입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위상을 강화하고 세계경제흐름에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가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측은 우리 경제가 아직 OECD
가입에 따른 부담을 감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양측 주장 모두 나름의 논리적 근거를 가지고는 있지만 상황을 너무
단순화한 면이 없지 않다.

실제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OECD가입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실에 바탕을 둔 보다 냉철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먼저 OECD가입이 우리 경제의 위상을 강화하고 세계경제흐름에 능동적
으로 참여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살펴보자.

우선 전통적인 "선진국 모임"으로서 OECD의 성격이 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있다.

OECD는 지난해 멕시코를 받아들인 데 이어 체코 폴란드등 동유럽
"이행국가"들의 가입을 검토하는등 회원국의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와 달리 OECD회원국이라는 사실이 국제사회로부터의 선진국
인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있다.

멕시코 페소화폭락사태 발생이전이라해도 멕시코를 선진국으로 인정하고
나아가 멕시코제품에 대해 선진국제품으로서의 이미지를 느낀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의 입장을 효과적으로 반영하여 세계경제흐름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주장에도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현재 OECD는 실질적으로 G7(선진7개국)을 중심으로 한 일부 국가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그리고 회원국 대부분이 EU나 NAFTA등 경제블록내에서 자기 경제블록의
이익도모를 위한 사전 협의를 거치고 있어 어느 경제블록에도 속해 있지
않은 우리나라가 OECD내에서 제목소리를 내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
된다.

반면 신중론자들은 OECD가입의 부담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
으로 판단된다.

WTO출범으로 자유무역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터에 OECD에 가입할 경우
이로 인해 실물과 금융 양측면에서 해외부문의 비중이 커지는 동시에 우리
경제의 불안정성이 증폭될 것임은 분명하나 특히 자본이동자유화 규약
준수의무로 인해 자본이동의 자유화가 확대될 경우 국내외 금리차를 노린
대규모의 부동자금유출입이 야기될 수있다.

그렇지만 신중론자들이 우려하듯이 우리나라가 OECD에 가입한다고 해서
멕시코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질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이다.

무엇보다도 경제적 건실도라는 측면에서 우리 경제와 멕시코 경제사이
에는 질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멕시코에 비해 4~5% 높을 뿐아니라
94년의 GDP대비 경상수지적자 비율도 1.7%로 멕시코의 8.2%에 비해 훨씬
건전하다.

또한 우리의 경우 저축률이 높아 경제성장에 필요한 투자수요의 대부분을
국내저축으로 충족시키고 있지만 멕시코는 투자율과 저축률의 사이가 5%
포인트에 달해 상당부분 해외자본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사회적 안정도의 측면에서는 대통령후보에 대한 정치적 암살이 공공연히
행해지는 멕시코와 우리를 비교할 수는 없다.

이렇게 볼때 OECD가입에 대해서는 지나친 환상을 가질 필요도,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도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최근 우리 정부가 OECD가입시기에 연연치 않겠다는 태도를 표명한
것은 상당히 바람직스러운 것으로 평가된다.

OECD가입은 우리경제의 발전과 성숙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과정"
이지 가입 자체가 "목표"가 될 이유는 크지 않은 것이다.

결국 가능하다면 당초 방침대로 96년 OECD가입을 추진해야 할 것이나
가입이라는 대전제에 지나치게 얽매일 필요는 없으며 우리 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조건이 요구된다면 가입연기로 방향을 잡아나가야 할 것이다.

이 경우에도 국제경제환경이 점차 개방화 추세로 진전되는 현시점에서
우리 경제가 내적 효율화와 국제적 협조를 통한 도약을 위해 OECD에 가입
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따라서 현재의 시장개방계획및 외환제도개혁을 기초로 한 개방은 지속적
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이때 정부와 민간 양 차원에서 사전준비에 최선의 노력이 기울여져야
함은 물론이다.

OECD가입으로 멕시코와 같은 혼란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은 작으나 일단
사태가 발생할 경우 수습이 어려워지고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은 오히려
클 수도 있다.

멕시코사태때 미국이 NAFTA체제 유지를 위해 바람막이 역할을 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안전판도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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