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5년마다 실시하는 인구.주택 총조사가 오늘부터 시작돼 9일동안
계속된다.

지난 1925년에 처음 시행되어 15번째가 되는 이번 조사는 전국의 1,300만
가구를 대상으로 11~17개 항목에 걸쳐 인구, 가구및 주택의 규모, 구성,
특성 등에 대해 실상을 파악하게 된다.

이렇게 얻어진 조사결과는 교육및 인력수급, 교통난해소, 주택공급, 환경
보전등의 분야에서 정책수립및 평가의 기초자료로 폭넓게 활용될 예정이다.

따라서 이번 조사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크지만
핵가족화가 정착되고 바쁜 일상생활에 쫓기며 사생활노출을 꺼리는 등의
이유로 갈수록 정확한 조사가 어려운 실정이다.

연인원 12만6,000명이 동원되고 539억2,000만원의 소요예산이 투입되는
이번 센서스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적극 참여하고
협조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동시에 이 기회에 통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함과 아울러
다음과 같은 점들을 당국에 당부해두고자 한다.

첫째 국민생활과 관련된 각종 기초 통계자료의 작성.축적및 분석에 더욱
힘써야 한다.

현대사회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변화의 속도도 빨라서 연령 지역 성별 등에
따라 생각과 선호가 다른만큼 이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
이다.

이같은 기초자료는 각종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정책 당국에는 물론
개방 경제시대에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우리 기업들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지식의 축적보다 행정권한이 큰 다른 부처로의
전출 궁리나 하며 무사안일한 직원은 없는지 반성해야 할 것이다.

둘째로 정부의 세계화구호에 걸맞게 각종 통계의 작성기준및 내용을 국제
수준으로 개선해야 한다.

예를 들면 실업률의 계산근거인 실업자 판정기준,물가지수작성때 주거비
반영방법, 소득분배 정도를 파악할때 부동산임대료등 자산소득의 편입정도
등에서 개선해야할 여지가 많다고 생각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선진국들과의 단순비교는 실상을 왜곡하고 국민의식과
정책방향및 우선순위를 오도할수 있다.

셋째로 각종 통계자료의 생산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축적된 자료와
정보를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활용하기 쉽도록 돕는 노력이 필요하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옛말대로 작성된뒤 활용되지 않는
정보는 무의미하다.

정보자료가 활발하게 유통되고 이용돼야만 정보화시대에 국제경쟁력을
강화할수 있다.

최근에는 정부가 각종 통계자료와 정보를 독점하고 공개를 꺼리던 과거와는
달리 상당량의 통계정보를 공개하고 온라인 서비스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아직도 적지 않은 변수의 시계열자료가 완전하지 못하거나 최신
통계로 바뀌지 않은 상태로 방치돼 있다.

이상과 같은 문제들을 개선하려면 통계청의 힘만으로는 어려우며 범정부
적인 차원에서 행정지원및 예산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먼저 관계공무원의 의식개혁및 전문지식 축적이 이뤄져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