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미련한" 전직 대통령에서 발단된 비자금 추문이 정가뿐 아니라
온 사회를 벌집쑤신듯 흔들고 있고 서민은 허탈감에서 헤어날줄 모른다.

게다가 갈수록 문제가 꼬여들어 어디까지, 언제쯤 가야 가라앉을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

이러다간 경제고, 경쟁력이고, 남북대화고 어느 하나 될 일이 없을 것
같아 덜컹 겁이 난다.

어제 제출된 노씨의 내역서를 검찰이 환문, 확인하는 조사 절차가
진행될 터이니 답답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수 밖엔 달리 도리가 없다.

그러나 우리 생각으로는 성질상 아무리 검찰조사가 잘 나간대도
그걸로 문제가 풀리기보다 상당기간은 거꾸로 꼬일 가능성이 짙다.

7년여 긴 기간 자금이 조성.사용.관리되는 과정에서 형성된 인적 물적
범위는 예상보다 상하좌우로 훨씬 넓어서 파헤칠수록 여야 고하 불문,
흙탕물을 쓰기로는 본질적으로 공동이다.

그런 중에도 우려되는 바는 자금조성에 몫을 했든 안했든 기업전반의
투자의욕 위축이다.

오래 갈수록 상처를 회복하려면 몇배의 시간과 노력을 소모하고도
불투명할 만큼 업계가 입을 타격은 심대하다.

그렇잖아도 세계 환경의 급변속에 이번 돌출사건이 던질 일파만과
악영향을 우려치 않을수 없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문제해결의 첩경은 따로 비장돼 있는 고단위
처방에 있지 않고 오히려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는 믿음으로 돌아가는 일이라 여겨진다.

생각컨대 문제의 근원이 하도 깊어 노씨자신의 강변처럼 통치자금이란
미명의 관행이 자리잡아 왔다.

따라서 이 기회에 그것이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고질임을 인식시켜
가면서 이를 근치하는데는 대통령의 경천동지할 특단의 조치외에는
없다는 주장이 나올만 하다.

그러나 바로 여기 함정이 있다.

대통령도 엄연히 헌법의 구속을 받는 첫번째 공복일 따름임에도 일단
비상사가 돌출하면 각급 공직자들은 법이 위임한 스스로의 의무와 권한을
행사치 않고 대통령의 초법적 "통치행위"만 쳐다본다.

그래가지고 이나라의 정치발전, 선진화는 기대난이다.

김영삼 대통령도 30일 법앞에 평등과 정경유착의 단절을 강조했다.

국민도 검찰도 노씨 문제를 놓고 대통령에게서 그 이상을 기대하는 게
잘못이다.

누구의 눈치를 보기전에 현행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된다.

여기 꼭 들어맞는 법으로, 당국이 적용을 등한히 함으로써 이렇게까지
문제를 키워온 것이 있으니 고위 공무원의 재산공개를 규정한 공직자윤리
법이 그것이다.

이 법은 취임때, 재직중 매년1회, 그리고 퇴직때 재산을 등록 공개하고
필요시 실사하도록 명문규정했다.

대통령 취임당시 10억원에 미달하던 노씨의 등록재산이 퇴임시 얼마로
바뀌었는지 당국이나 언론이 최소의 관심만 기울였던들 몇천배는 재산을
퇴임 2년반이 넘어서야 난리치는 난센스는 면했을 것이다.

이 역시 공동망신이다.

전직 대통령의 통치자금 치부 해결에 다시 현직 대통령 통치행위를 쳐다
보며 모두가 꼬리를 뺀다면 이 나라 정치수준의 더이상 제고는 기대난
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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