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국을 표방하고 나선지 31년만에 우리 수출이 1,000억달러고지에
올라섰다.

지난 64년 1억달러 수출돌파를 기념하여 만든 ''수출의 날''이 ''무역의 날''로
이름이 바뀌긴 했어도 수출은 여전히 우리경제의 생명줄 구실을 해 오고
있는게 사실이다.

앞으로도 수출이 우리경제의 버팀목역할을 할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지난 46년에 설립돼 거의 반세기동안 민간 무역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무역
협회는 바로 우리무역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때마침 김영삼대통령을 수행해 뉴욕에 온 구평회 무협회장을 박영배 뉴욕
특파원이 만나 우리 수출의 현주소를 짚어 보면서, 금세기내 2,000억달러의
수출목표달성을 위한 방안을 들어 보았다.

< 편집자 >
=======================================================================


-마침내 수출이 1천억달러를 달성했습니다. 무협회장으로서 감회가
남다르시겠습니다.

<> 구회장 =지금 지구상에는 2백여 국가가 나름대로 수출증대를 위해 노력
하고 있습니다만 1천억달러를 수출하는 나라는 손으로 꼽을 정도 입니다.

선진국중에는 G7국가들과 네덜란드 벨기에 정도이며 개도국은 12억인구를
가진 중국, 중계무역항인 홍콩에 이어 우리나라가 세번째입니다.

대만도 멀지않아 1천억달러 대열에 합류할 것이 확실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룩한 1천억달러는 그 가치가 다릅니다.

신진국들의 신보호무역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국가간의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시기에 해냈으니 말입니다.


-지금도 기억에 생생합니다마는 70년대 초반 우리의 지상목표는 수출
1백억달러, 국민소득 1천달러였습니다.

실제 이것이 달성된 77년도엔 범국민적 축제가 벌어졌었지요. 당시엔 수출
1천억달러, 국민소득 1만달러란 상상하기 조차 힘들었습니다.

이런 고지를 이렇게 빨리 정복하게 된 원동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 구회장 =무엇보다도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일해온 우리 국민 모두의
결집된 노력 덕으로 돌려야겠지요.

특히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면서 묵묵히 일해온 근로자와 도전적인
기업인들이 없었던들 오늘의 영광을 만끽하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제조업 근로자는 지난해말 현재 4백70만명이며, 무역업체수는 6만3천개에
육박할 정도로 수출산업의 저변이 급격히 확대되어 왔습니다.

수출저변확대에는 중소제조기업에 무역업자격을 부여하고, 75년 종합무역
상사제도를 도입한게 큰 힘이 됐습니다.

정부의 수출진흥정책도 1천억달러 시대를 여는 결정적 요인이 됐지요.
정부는 각종 산업지원정책, 무역금융지원, 적극적인 무역애로 타개활동등을
통해 기업들을 앞에서 끌었으며 대통령의 세일즈외교 선언도 큰 힘이 됐던게
사실입니다.


-1천억달러 수출이라는 금자탑도 중요하지만 수출상품이나 수출대상국등
내용적인 면에서도 괄목할만한 변화를 보였지요.

<> 구회장 =상품구조의 변화가 1천억달러 수출을 이끌었다고 봅니다.
1억달러 수출을 달성하던 60년대 초만해도 주종상품이라야 고작 합판
철광석 생사 활어 김 중석등 1차 상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반도체 자동차 전자 철강 선박등 중화학제품의 비중이
72%로 높아져 수출상품구조가 선진국형으로 고도화되었습니다.

수출품목 수도 지난 64년 1백40여개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무려 7천6백여개
나 됩니다.

수출대상국도 1백85개 유엔가입국을 훨씬 넘는 2백12개국으로 세계
어디서나 우리 상품을 볼수 있을 정도가 됐습니다.

수출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더욱 놀랍습니다. 수출화물의 t당 수출단가가
64년엔 1백12달러였으나 이제는 1천2백52달러로 고부가가치가 이루어졌지요.

바이어의 클레임제기율도 71년 0.19%에서 지난해는 0.04%로 현저히
낮아졌습니다.


-최근들어 기술집약적인 상품수출이 기록적으로 증가하고 있는건 바람직한
현상이나, 그중 일부 품목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이를 문제점
으로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 구회장 =그건 사실입니다. 중화학제품은 호조를 보이는 반면 경공업은
부진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중화학제품의 수출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지요. 그러나 일본이 1천억달러를
달성할 당시의 중화학비중과 비교하면 아직 멀었습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중화학과 경공업분야에서의 양극화현상이 빚는 부작용
입니다.

특히 경공업분야의 불황은 인력난, 급속한 산업구조조정에 따른 공동화,
중소기업도산등을 야기하기 때문에 대책이 시급한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수출 2천억달러라는 또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할
시점에 서 있습니다.

언제쯤 가능하리라 보시는지.

<> 구회장 =대외무역환경이 우리 뜻대로 되지야 않겠지만,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금세기 안에 2천억달러 달성은 무난하지 않겠나 생각됩니다.

2000년에 가면 가전과 철강은 각각 세계 제2위, 반도체는 3위, 자동차는
5위의 수출국으로 각각 부상할 것입니다.

석유화학도 물론 크게 각광을 받을 것이고요. 이런 품목들이 예상대로
성장해 주기만 하면 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안고 있는 취약점도 많은데 그리 쉽지는 않겠지요.

<> 구회장 =소위 무역 선진국으로 불리는 네덜란드 독일 일본등을 보면
나름대로 장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남들이 쉽게 흉내내기 어려운 상품을 개발하고 있지요. 이들
국가는 특수한 부문의 기술개발에 재주를 가지고 있으며 지리적 여건,
국민성등을 수출전략에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국가 기업 개인을 막론하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 경쟁우위 요소를 적극 개발해야 하겠습니다.

아울러 아직도 후진국가형 제도를 선진국수준으로 정비하고, 사회간접자본
을 확충하는 것등은 2천억달러 수출의 전제조건입니다.

여기 덧붙여 수출이 1천억달러를 넘어서면 물량으로 점유율을 확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외국과의 통상마찰이 필연적으로 뒤따르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하루 빨리
고기술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구조전환을 해야 합니다.


-수출증가 못지않게 수입도 크게 늘어나 올 무역수지적자가 1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무슨 대책이라도 세워야 되지 않습니까.

<> 구회장 =무역수지적자는 구조적인 성격에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 단정적으로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여하튼 무역수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수입을 줄이는게 관건입니다. 수입
급증현상은 앞으로 설비투자가 진정되고 국제원자재시세가 안정을 찾으면
다소 수그러들 것으로 기대됩니다.

자본재수입의 경우는 6월 이후 매월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습니다. 최근
무협의 업체실태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3분의 2가 설비투자가 거의 마무리
돼 앞으로 자본재수입이 10%이내의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문제는 소비재수입을 억제하는 것입니다. 고급의류 신발 담배 커피 가구
등의 수입이 최소 60%에서 1백60%까지 폭증하고 있어 걱정입니다.

건전한 소비문화가 국민속에 파고 들어야겠지요.


-되풀이 되는 얘기지만 무역적자의 주범은 일본이지요. 벌써 대일 무역
적자는 지난 8월말 현재 1백억달러를 훨씬 넘어섰습니다.

무슨 뾰족한 대책이 없을까요.

<> 구회장 =대일적자가 예년보다 더욱 커지는 것은 국내 기업들이 설비
투자를 확대하고 수출용 원자재의 수입을 늘리는 것이어서 실질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해도 특정국가와의 무역불균형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습니다.
이같은 실정을 감안, 정부는 대일적자의 주요인이 되고 있는 기계류와
부품등 자본재의 국산화촉진 계획을 마련했습니다.

과거의 시행착오를 거울 삼아 차질없이 추진해야할 것 입니다. 또 하나
적극적인 방법으로는 일본시장을 악착같이 파고 들어야 합니다.

그동안 일본기업들은 엔고로 인해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동했을 뿐더러,
이제는 부품수입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그만큼 일본시장의 침투기회가 넓어졌다는 얘기지요.
게다가 두나라 기업간의 제휴 또는 협력을 통한 수평분업구조가 정착되어
가는 추세여서 이 기회를 잘만 이용하면 대일무역적자의 고질병은 어느
정도 치유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지금 세계는 지역적으로 인종적으로 심지어는 종교적으로 경제블록을
형성해 가고 있습니다.

이같이 경제블록이 강화될수록 우리한테는 그만큼 벽이 더 높아지는 셈이
되는데요.

<> 구회장 =세계경제질서는 두개의 큰 흐름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하나는
WTO출범과 함께 나타난 세계주의(GLOBALISM)이고 또 하나는 유럽 미주
아시아경제권등 지역주의(REGIONALISM)현상입니다.

이같이 상호 모순되는 개념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은 세계주의가 갖는 무한
경쟁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인근 국가들끼리 결속하기 때문입니다.

아시아의 도전을 의식한 EU의 결속 강화, 미주전체로 확산되는 NAFTA,
ASEAN의 확대, 민족주의를 배경으로 한 중화경제권, 회교국가들끼리의
경제권형성등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당장 우리가 어떤 경제블록에 가입한다든지 블록을 만든다든지
하는 일은 어렵습니다.

보다 현실적인 대책은 기존 경제블록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일본 호주
대만등 블록권이외의 국가들과 공동보조를 취하면서 경제블록의 배타성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적극적인 현지투자도 좋은 방법이지요.


-한국의 대미무역적자는 일본 다음으로 크게 벌어지고 있는데도 미국의
통상압력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습니다.

혹 우리의 전략에 문제가 있는건 아닐까요.

<> 구회장 =사실 WTO출범이후, 미국의 대한통상압력 완화가 관심사
였습니다.

그리나 미국은 다자간및 상호주의라는 두날의 도끼를 동시에 활용하면서
우리를 협공하는 인상입니다.

우리가 일방적으로 당한다고나 할까요. 그러나 이제부터는 미국이 WTO에
어긋나는 주장을 할때는 그 부당성을 지적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정말이지 우리한테도 많은 책임이 있습니다. 자동차등 구체적인 협상을
벌일때 통상협상전문인력을 투입한다든지, 통상협상단을 능률적으로 구성
한다든지 하는 일에 소홀합니다.

그동안 준비가 없었으니 당연하지요. 국내 여론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구요.

일본이 일본차 딜러, 현지투자기업, 일본제품 판매대리점등을 자국에 대한
여론개선에 적극 이용하는 사례를 눈여겨 봐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민간기업에 깊숙이 간여해 왔던게 사실입니다. 완전
경쟁아래의 국제시장에서 정부의 역할은 어떠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 구회장 =기업이 스스로 경쟁력을 키울수 있도록 토양만 마련해 주면
됩니다.

과도한 간섭은 오히려 경쟁을 저해하게 되지요. 민간기업의 일에 정부가
주도권을 잡으려 해서는 안됩니다.

과감하게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정부는 큰 정책만 추스르면 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정부자체가 세계화의 첨병이 될수있도록 솔선해서 의식을
개혁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급변하는 세계무역환경속에서 민간단체로서 해야할 일이 많겠지요.

<> 구회장 =국제화 세계화시대에 걸맞는 인재를 양성할 것입니다. 이는
물론 교육과 연수를 통해서 가능합니다.

또 정보전쟁시대인 만큼 국내 최대의 무역전문 데이터 뱅크인 KOTIS를
대폭 보완, 세계 각국의 기업정보 거래알선 수출입상품정보등이 신속히
제공되도록 하겠습니다.

11월부터는 KOTIS의 PC통신 서비스를 실시하여 업계간 의사소통을 확대하고
인터넷등 국제정보 네트워크사업을 개발, 무역업계의 정보화를 지원하려
합니다.

이밖에 해외마케팅을 지원하기 위해 인도 중국등 전략지역에 대한 정보
제공과 투자상담은 물론 시장개척단 파견등 민간통상협력활동을 강화하고,
중소무역업계의 국제전문인력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국제무역연수원의
프로그램도 개편할 계획입니다.

국가및 상품이미지제고, 해외의 노사관계연구, 상관습등도 파악해야 할
과제들입니다.

특히 21세기에 대비한 전시공간 확보를 위해 한국종합전시장(KOEX) 별관
부지에 새로운 복합시설의 건축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명실공히 종합무역센터가 한국무역의 구심체 역할을 할수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구회장은 6.25전쟁 직후 (주)럭키사원으로 뉴욕에 첫발을 내디뎠다.

국내 주제원 1호인 셈이다.

이때 온갖 수모를 겪어가며 독학으로 익힌 영어와 강인한 정신이 오늘날
구회장을 사업가, 국제통으로 만든 밑거름이 됐다.

월드컵유치, 한-미재계회의 등 그가 할일은 셀수 없이 많다.

그러나 그의 머리곳에는 ''수출''이라는 두 글자가 깊게 각인되어 있다.

무협회장이라는 자리가 그를 어쩔수 없이 수출일변도로 몰고가는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8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