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파견법 제정문제가 또다시 경제계와 노동계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지난 93년 법제화를 추진하다 노동계의 거센 반발로 보류했던
근로자파견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제정키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찬.반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노총이 지난 24일 이 문제를 놓고 정책토론회를 연데 이어 25일에는
30대그룹 기조실장들이 모여 국회에 계류중인 근로자파견법안의 일부 내용을
보다 신축성있게 수정해 줄 것을 요구키로 했는가 하면 26일에는 민자당이
공청회를 여는등 국회의 법안심의를 앞두고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근로자파견제도는 기업이 일시적으로 필요로 하는 노동력을 인력전문회사로
부터 파견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서 현행 직업안정법은 이를
금지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정부가 서둘러 근로자파견법의 제정을 재추진하고 있는 것은
현실적으로 파견근로자 수가 크게 늘어 이들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가
시급한데다 전문인력의 탄력적인 활용이 긴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정부의 이같은 취지와는 달리 근로자파견 제도는 노동계 현실에
비추어 부작용의 우려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기존의 상용 고용관계를 파견근무로 대체함으로써 고용관계의
불안정과 왜곡을 심화시킬지도 모르며 또 노조활동을 제약하고 노사관계의
불균형을 초래할 위험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근로자파견제는 심화되는 국제경쟁과 산업구조개편 속에서
전문인력의 활용이 저조하고 인력난이 심각한 우리의 현실에서는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득이 되는 제도라고 하겠다.

현재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근로자파견사업체 수는 1,000여개에
이르고 있는데다 파견근로자수도 1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파견업무분야도 특수기술이나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업무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실이 이럴진대 파견근무를 규율하는 제도 하나 없이 그냥 방치해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현실에 맞춰 관련법 제정을 서두르는 것이 옳다고 본다.

다만 법안의 일부 내용에 미흡한 점이 있다면 공청회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보완하는데 인색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 예로 정부의 법안에는 파견업무분야를 "전문적 지식 기술 또는 경험을
필요로 하는 업무"로 규정하고 있어 실제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청소
건물관리 운반 사무보조 등에서는 파견근로자를 활용할수 없도록 하고
있다는 재계의 지적은 그냥 들어 넘길 일이 아니다.

또 중간착취의 소지를 남겨놓고 있다는 노동계의 지적도 보다 심도있게
논의해보는 것이 좋겠다.

이와 관련해 최근 정부와 노동계가 그동안의 경직된 입장을 풀고 대화를
통해 일부업종의 파견근무를 허용키로 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수
없다.

앞으로 법제정및 시행과정에서도 이와같은 협조적 자세가 유지돼 우리
현실에 맞는 근로자파견제가 조기 정착될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