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로부터 추방되어야 할 거래행위의 결과 생겨난 검은돈이 금융기관을
통해 합법적인 자금으로 둔갑하고 그 과정의 추적을 어렵게 하는 이른바
"자금세탁"이 금융실명제 실시이후에도 예금자 비밀보호와 금융거래
질서확립에 걸림돌이 되고 있어 그 방지대책이 요구된다.

노태우전대통령 비자금의 입출금내역을 밝히기 위해 1.2금융권에 걸친
포괄압수 수색을 벌이고 있는 검찰은 신한은행 서소문지점에 차명계좌로
예치된 정치자금이 6공당시 지점장에 의해 다른 은행의 수표로 바뀌어져
입금되는 고의적인 돈세탁과정을 거친것으로 보고 24일 재조사에 들어갔다.

권력형 비리수사과정에서 밝혀지는 검은돈은 물론 법에 따른 처벌과정에서
그 규모와 소유주가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다른 형태의 부정부패 뇌물수수 마약거래 밀수 무기거래 인질
탈세등 불법거래로 형성된 검은돈이 현금취급비중이 높은 제2금융권이나
기업체들의 금융거래와 뒤섞여 예금자 비밀보호가 불법자금까지도 보호하게
되고 자금세탁을 합법화할 가능성이 높다.

사채시장이 성행할 정도로 돈이 모자라고 수신경쟁에 매달린 은행이나
금융기관이 예금 또는 예치금의 질과 양을 따지지 않고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는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경우 자칫하면 불법자금의 움직임에 휘둘려
금융시장의 안정성 자체가 위협을 받을 위험이 있다.

보호받아야 할 예금주를 선별하고 불법거래로부터 금융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사후적인 금융기관 압수수색으로 금융경색을 초래하기 이전에
사전적으로 불법자금을 적발하는데 금융기관이 자율권을 갖되 신고의무를
지게하는 돈세탁 방지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첫째 특정 범죄행위의 결과로 얻어진 불법수익이 그 성격 존재 출처를
은폐 위장할 목적으로 금융기관을 이용하거나 국내외로 유출입되는 것을
법적으로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금융선진국이 시행하고 있는 "자금세탁 방지법"(가칭)이
제정되어야 한다.

미국은 70년부터 불법자금의 합법화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기록 보존법"과
"현금및 해외거래보고법"을 시행해왔으며 86년부터는 불법자금의 적발을
위해 "은행비밀보호법"과 "돈세탁방지법"을 강력하게 실행하고 있다.

스위스에서도 최근 다른나라의 돈 많은 범죄조직이 스위스의 합법적인
기업과 은행에 침투하여 돈세탁을 하지 못하도록 경찰신고의무를 강화하고
있다.

둘째 금융실명제의 실시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자금의 합법성을 따지지
않고 금융거래의 실명화와 예금자 비밀보호에 맞추어져 있으므로 불법자금의
혐의가 있는 자금에 대한 심사기준은 금융기관이 정하고 이에 대한
기록유지와 관리가 의무화해야 한다.

셋째 금융실명제의 실시가 아직은 실명거래 관행으로 정착되어 있지
않은게 우리의 현실이고 보면 외환자유화 금융시장개방 증권투자개방의
추진과정에서 세계적인 불법자금의 세탁장소가 되지 않도록 관련법규의
강화를 금융자율화와 병행 추진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