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하면서 자신과 놀이문화가 같은 사람들과 모여 즐길수
있다는건 직장생활의 또 다른 즐거움일 것이다.

두산개발은 이런 직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고자 각종 써클 및 직원들의
취미활동을 권장하고 있는데 그중에 대표적인 모임이 두산산악회이다.

두산산악회는 지난 90년초에 몇몇 직원으로 시작하여 지금은 정규회원만
약 50명이나 되는 두산개발 최대의 모임으로 성장하였고 월1회 등산을
실시하는 등 주로 회원 친목도모 및 심신단련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다.

두산산악회에는 회사내에서도 열성적으로 소문난 직원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는데 중역이나 평사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산에 오를때에는 인정사정
없기로도 손문이 자자하다.

지난봄 산세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정읍의 월출산을 등반한적이 있다.

토요일밤 9시경에 출발하여 차안에서 간단한 휴식과 함께 마치 도시탈출을
자축이라도 하듯 젊음의 흥에 흠뻑 취해버린듯 했다.

버스안에서 간단한 가면을 취한후 새벽3시경 월출산 입구에 도착하여
새벽등반을 시작했다.

새벽바람에 날려 은은히 들려오는 풍경소리하며 흔들리는 갈대밭 사이로
내비친 보름달하며 모두가 이제껏 산행에서 느낄수 없던 또다른 감흥을
맛볼수 있었던 특이한 느낌이었던 것같다.

계절은 봄이건만 날씨가 쌀쌀하여 옷깃을 여미며 능선을 넘어서자 병풍을
둘러놓은듯한 바위산들의 웅장함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동행한 직원들도 그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어떻게 그험한 산을 넘었는지
지금도 기억이 가물거린다.

아무튼 정산부근에 다달았을땐 이미 일출이 시작되고 있었는데 그동안
바다 일출만 맛보았던 나에게는 인생의 또다른 면을 느꼈던 것같다.

얼마나 오랜만에 바라보는 일출인가! 그동안 일상에 파묻혀 바쁘게
살아온 나날들로 잊고만 지냈던 가장 간단한 자연의 법칙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새삼 느낄수 있었다.

정상에 도착해보니 5평 남짓한 돌기둥에 정상정복을 환호하는 사람들과
한쪽엔 삼삼오오 모여 허기진 배를 채우는 모습이 인간만사의 양면과 너무나
흡사한 것같았다.

그러나 우리를 가장 우울하게 했던 기억중의 하나가 하산할때 본 그
아름답던 바위산 구석구석엔 온갓 쓰레기와 오물로 얼룩져 있는 모습이었다.

후세에 물려줄 강산이니 쓰레기 되가져오기운동이니 하며 벌려온 캠페인이
여기에서 한낱 말장난에 불가한듯 했다.

아직도 우리들의 모습이 이 정도인가 싶어 몹시 씁쓸하기만 했다.

등산을 좋아 하기보다 산을 사랑할순 없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하산을
시작하여 12시경 등반을 모두 마치고 식사겸 간단한 뒤풀이로 막걸리
한잔씩을 곁들인후 서울로 향했다.

월출산의 기암괴석과 쓰레기의 숨박꼭질 속에서 자연이 우리에게 준
혜택이 얼마나 값진것인가를 생각하게한 산행이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