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대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14일 끝났다.

이번 국감은 일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차분하고 내실있게
치러졌다는 평이다.

과거의 "행정부 편들기"에서 벗어나 "여당답지 않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정부측을 추궁한 여당 의원들이 있었는가 하면 인기발언보다
정책위주로 접근한 야당 의원도 많았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국감현장에서 질의서와는 별도로 자체연구보고서를
만들어 배포했는가 하면 어떤 의원들은 주제별로 현황과 문제점
개선방안등을 일목요연하게 수록한 소책자나 비디오를 제작,질의서를
대체하기도 했다.

과거 국감현장에서 흔히 볼수 있었던 삿대질이나 호통보다는 통계를
제시하고 증거에 입각해 비리의 현장을 고발하는등 전문성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했음은 반가운 일이 아닐수 없다.

국감이 "정책감사"로 자리잡아 가고 있음을 실감케 하는 현상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이처럼 이번 국감이 파행의 전철을 밟지 않고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주게 된 것은 의원들이 내년 총선을 의식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국감활동 실적을 공천심사에 반영하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성실한 국감활동을 강조한 일부 정당지도부의 독려가
큰 힘이 됐음도 사실이다.

의원 개개인의 자질도 중요하지만 당지도부의 자세변화에 따라
의정활동의 모습이 크게 달라질수 있음을 보여준 경우라고 하겠다.

그러나 국감이 정책감사로 확고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장애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 우리의솔직한 생각이다.

일부 의원들의 질의수준이 높아졌다고는 하나 전반적으로는 아직도
멀었다는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취중감사"가 국민의 눈살를 찌푸리게 했는가 하면 청와대 감사에서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칼국수의 양념" 질의가 여.야간의 고성을 유발하는등
얼굴 뜨거운 해프닝들도 있었다.

민원성 질문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얌체 의원들도 여전했다.

수감 기관장의 동문서답식 무성의한 답변태도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자신의 소신을 밝히기 보다는 부하직원이 작성한 답변서를 줄줄이
읽어내려가는가 하면 일부 상임위에서는 로비 의혹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감 활동의 발전적 변화가 시도됐다는 것은
이번 국감의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내친 김에 국감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의 시정여부를 국민들이
감시.추적할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는 일에도 국회가 앞장서주길
당부한다.

국감은 감사자체보다 사후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국회나
정부기관 모두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제 국감이 끝남에 따라 여.야는 15대 총선 "D-6개월"작전에 본격
돌입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과열조짐이 뚜렷해지고 있어 선관위가
특별단속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내년 총선도 이번 국감처럼 정책대결 위주로 차분하게 치러졌으면
하는 것이 국민들의 바람일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