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제국, 그중에서도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를 중심으로 1980년 중반
부터 정부개혁이 강도 높게 추진되어 왔다.

위의 4개국 중에서도 뉴질랜드의 경우 OECD제국중 가장 급속한 정부개혁을
추진해 왔는데 지난 10년사이 중앙핵심부처의 경우 인원이 절반이하로 감축
하는 대변혁을 겪었다.

영국의 경우에도 76년 IMF까지 개입된 통화위기를 겪고나서 79년 보수당
정권이 들어섰는데 대처총리의 강력한 지도력아래 정부는 비용절감과
생산성 증가를 위해 기업적인 경영혁신 방안을 광범위하게 추진했다.

호주의 경우에도 85년 교역조건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경제가 침체하고
정부재정에 압박이 가중되면서 전반적인 정부개혁 작업이 시작되었으며
캐나다의 경우에는 80년대 후반부터 경기침체와 함께 비용절감을 중심으로한
재정개혁 프로그램이 추진되었다.

영국등 이들 4개국에서 추진해 오고 있는 정부개혁의 기본전략및 핵심적인
내용은 결과중심의 관리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결과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는 것인데
호주 캐나다의 경우에는 결과 중에서도 성과중심으로, 영국 뉴질랜드의
경우에는 생산물 중심으로 정부부문을 관리.통제하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는 결과, 즉 각 정부부문의 생산물이나 성과를 가능한한
구체적으로, 그리고 명확하게 파악하고 측정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구체화된 결과중심의 관리체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각 부문, 즉 정부조직 인사 예산및 회계제도를 어떻게 개편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이르게 되고 이와 같은 안목에서 보다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하여 정부개혁을 추진해 오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들 나라의 정부개혁 사례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수
있는가.

첫째는 이들 나라가 구체적이고 치밀한 전략과 프로그램을 수립하여 그것을
과감하고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갔다는 것이다.

84년 뉴질랜드 노동당정부의 재무장관으로서 개혁의 전략을 수립하고 처음
4년여 동안 실제적으로 개혁추진을 주도했던 로저 더글러스는 말하고 있다.

"개혁프로그램을 일단 추진하기 시작하면 그것을 완전히 종결할 때까지는
멈추지 말라. 반대자들의 방해사격은 목표물이 신속하게 진행될 경우 그
명중률이 현저히 하락하게 될 것이다".

어느 조직이건 어느 사회이건 현상고수를 바라고 변화와 개혁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반대세력을 설득하고 압도할수 있는 면밀한
계획과 전략을 세우고 그것을 과단성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둘째는 정부개혁에 있어서의 정치가들의 역할이다.

이들 선진국에서 정부개혁을 주도한 세력은 현명하고 양식있는 정치인들
이었다.

이들 나라 중에서도 오랫동안 뉴질랜드를 관찰하고 연구해온 어떤 외국
학자는 "뉴질랜드는 정치인들이 일반국민들보다 뛰어난, 내가 아는 한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이다"라고 언명한 적이 있다.

뉴질랜드의 지난 10여년간의 변혁과정은 중앙 핵심부서직원이 반이상 감축
되고 석탄 철도 임산 등의 공공부문에서도 절반이상의 직원이 해고되는 등
극단적인 처방을 수반한 것이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 기간 동안 엄청난
고통과 변신의 과정을 치러내야 했다.

이러한 어려운 과정을 지내온 국민들의 반응이 90년 국민당 정부의 재집권
으로 표출되었으나 국민당 정부도 정파를 초월해서 올바른 길이라고 판단
되는 개혁의 기조를 대부분 그대로 유지하면서 개혁작업을 계속 추진해 오고
있다.

우리의 정치인들이 언제나 일반국민이 기대하는 수준에 이르게 될지 걱정이
되나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의 정치계에도 조금씩 새로운 인재들이,
새로운 씨들이 들어가서 새로운 물결이 일고 있다는 사실이다.

19세기 미국의 저명한 시인이자 철학자로서 시민의 자유를 열렬히 옹호했던
헨리 소로의 말은 우리에게 한가닥 소망의 빛을 던져주고 있다.

"나는 씨가 뿌려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식물이 자라나리라고는 생각지
않으나 씨자체에 대해서는 커다란 믿음을 가지고 있다. 당신이 일하는 그곳
에 당신이 씨를 가지고 있다고 내게 확실히 얘기해 줄수 있는가. 그렇다면
나는 그곳에서 분명히 경이로운 일이 일어나리라고 확신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