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은 현재 호주 뉴질랜드 영국 미국 스위스 독일 등
6개국의 정부혁신사례를 연구분석하고 있다.

이들 선진국의 사례와 우리에게 주는 교훈 등을 책으로 엮어 오는 11월초
에 발간할 예정이다.

연구에 참여한 이계식 선임연구위원의 분석을 통해 우리나라 정부개혁의
방향과 과제 등을 짚어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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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를 맞이하고 있고 앞으로의 노력여하에
따라 선진국가로 진입할수 있는 길목에 서있다.

세계는 국경이 없는 지구촌으로 변모해가고 있고 국가간.기업간의 경쟁도
그야말로 무한경쟁의 양상을 띠어가고 있다.

정부는 21세기에 대비한 국가발전전략으로서 경제는 물론 모든 분야에서
세계일류를 지향하고 우리나라가 세계의 중심국가로 부상하는 이른바
"세계화"구상을 제시한바 있다.

정부가 제시한 세계화전략의 핵심은 국가전체의 생산성을 제고함으로써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우리가 앞으로 국가간의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고 더 나아가 일등국가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민간부문에서의 국제경쟁력 제고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수 있는 정부부문의 생산성제고와 공공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필수
불가결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서 세계화,국제경쟁력이 가장 뒤떨어진
분야중 대표적인 것이 정부부문이다.

여러 종류의 국내외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정부부문의 국제경쟁력은
선진국은 물론 다른 개도국에 비해서도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얼마전 스위스의 저명한 연구기관은 1995년도 세계경쟁력 보고서에서
선.후진국이 포함된 조사대상 48개국중 우리나라 정부부문 전체의 경쟁력이
24위, 그중에서도 정부의 효율성과 투명성은 31위로 제시하고 있고 최근
독일의 유력지 디 벨트지는 독일 국제 청렴기구가 작성한 부패국 순위
보고서에서 역시 선.후진국이 포함된 조사대상 41개국중 우리나라 정부부문
청렴도가 서구 제국은 물론 홍콩 말레이시아 대만등에도 훨씬 뒤지는 27위로
보도하고 있다.

얼마전 방한한 스탠퍼드대의 폴 크루그만교수도 "정부부문이 개혁되지
않으면 한국경제의 성장은 한계에 부닥칠 것이다"고 경고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무한경쟁의 시대를 성공적으로 거치면서 선진국가로 진입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걸림돌의 하나는 정부부문의 후진성이며 이 걸림돌을 제거
하기 위해서는 정부부문을 쇄신하고 개혁하는 작업이 앞으로도 계속 꾸준히
추진되어야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정부부문 개혁은 어떤 방향으로 추진되어야할 것인가.

우선 무엇보다도 첫째는 현재 우리나라 공무원 조직이 지니고 있는 잠재력
을 발굴하고 일깨우는, 안으로부터의 개혁이 우선되어야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한가지 일화를 들어보자.

세기의 명장 미켈란젤로가 어느날 커다란 암반위에 올라가 땀을 흘리면서
정과 망치로 바위를 쪼아내고 있었다.

마침 그옆을 지나가던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묻자 미켈란젤로는
"이 암반속에 들어있는 천사를 끄집어내고 있는 중"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우리의 정부조직에도 이러한 천사같은 것들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30~40년간의 급속한 경제성장은 우리 공무원 조직의 근면성과 우수성
에 힘입은바 크다.

그러나 시대는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는 반면 공무원조직은 그에 상응해서
변신하지 못하고 "나룻배에 새긴 표시만을 보고 칼을 찾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선은 공무원들 스스로가 시대의 흐름을 깨닫고 대오각성하여 잠자고 있는
잠재력을 십분 발휘해야 한다.

현재 미국 연방정부의 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부통령 앨 고어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비효율적인 정부는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잘못 때문이 아니다. 우리
정부에는 선량하고 근면하며 재능있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이 있다. 우리의
주된 임무는 그들이 최선을 추구할수 있도록 조장하는 일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전의 영광과 공헌을 되새기고 공무원 스스로가 새로운 각오를 가지고
안으로부터의 개혁, 내생적인 개혁을 시작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
한다.

둘째는 "아래로부터의 개혁(reform from below)"전략을 추진하는 것이다.

지난 2년6개월동안 문민정부가 추진해온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개혁은
어느 정도는 한계에 부딪친 감이 없지 않다.

지난 6월의 지방선거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 지방자치시대를 맞이
하여 국가 전체 공공부문의 생산성을 높이는 일은 이미 거대해진 중앙정부
에서부터가 아니라 작은 단위의 지방정부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라고 판단된다.

미국이 이의 대표적인 경우에 해당된다.

미국에서 계속 베스트 셀러의 지위를 지키고 있는 오스본 게블러의 명저
"정부의 재창조"는 미국 지방정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경영혁신사례로
가득차 있다.

이와같은 지방정부 혁신사례에 자극을 받아 연방정부 차원에서의 획기적인
개혁보고서 고어리포트가 작성되기에 이른 것이다.

국가경제발전전략에 있어서도 우리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 나아가 선진
경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제까지의 중앙집권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위로
부터의" 지시와 간섭에 의해서가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각 조직에서의
개별주체들간의 자유로운 경쟁과 창의성 발현, 그리고 이에따른 기술혁신이
필요불가결하다는 견해가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정부부문의 개혁도 "위로부터"가 아닌 "아래로부터의 개혁"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해 나가야할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