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는 93년1월의 경기저점 이후 여섯번째 확장국면을 맞이해
2년9개월동안 확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과거 경기순환에서 확장국면의 지속기간이 평균 31개월이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이제 우리경제는 서서히 정점에 이르고 있다고 여겨진다.

항간에서는 경기정점이 언제쯤이 될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있다.

일부는 금년말을 정점으로 보고있고 일부는 내년초를 정점으로 보고있다.

아니면 심지어 이미 금년 상반기중에 경기정점이 나타났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이처럼 경기를 보는 시각이 서로 다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경기상황에 관한 견해는 경제학자나 경제평론가들의 수만큼 존재한다고
한다.

그만큼 경기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일찍이 미국 일본등 선진국에서는 경기확산지수 (DI)라는 지표를 사용해
경기상황을 진단해 왔다.

이 지수는 생산 재고 투자 노동 소비 기업경영 금융등 각 항목별로 주요
지표들을 선행지표 동행지표 후행지표등으로 분류해 이 지표들의
움직임으로부터 산출된다.

이지수는 경기의 확장국면 수축국면 그리고 기준순환일(정점및 저점)등을
파악하는데 이용되어 왔다.

이 지수에 따라 예를들어 동행지표중 3개월전과 비교해 증가한 지표수가
전체 동행지표의 수중 50%이상을 차지하면 확대국면, 50%이하이면
수축국면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누적경기확산지수( CDI )를 작성해 이를 바탕으로
경기변동의 방향과 전환점을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DI는 경기의 방향성을 알려줄 뿐이며 경기의 진폭이나 기간을
파악하기에는 부적절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작성되고 있는 것이 소위 경기종합지수(CI)
이다.

이 지수는 경기변동의 방향뿐 아니라 국면 전환점과 속도및 진폭을
측정할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다.

이는 앞으로의 경기를 단기적으로 예측할수 있는 선행지수, 현재의
경기상태를 측정할수 있는 동행지수및 현재의 경기를 사후적으로 확인해
주는 후행지수등의 세가지로 나누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통계청에서 매달 작성 공표하는 이 경기종합지수가
경기상황을 파악하는 대표적인 지수로 활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관찰의 대상이 되는 경기순환 국면은 어떤모습을 가지고 있는가.

경기순환은 일정한 기간을 두고 활발한 경제활동과 활발하지 못한
경제활동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인데 이 과정에서 대체로 동질적인
성격의 경제활동이 나타나는 기간을 국면이라고 한다.

국면을 구분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그중의 한 방법으로 경기순환의 한 저점에서 다음 저점까지를 순환주기라
하고 경제활동이 활발한 국면을 확장국면, 그렇지 못한 국면을
수축국면이라고 한다.

국면의 구분은 한 국면내에서의 경제활동의 분석을 용이하게 하므로
경기순환을 분석하고 예측하는데 유리하다.

그런데 흔히 경기를 이야기할때 경기의 정점이 언제냐, 또는 저점이
언제냐는등 기준순환일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기준순환일이란 경기가 수축에서 확장국면 또는 확장에서 수축국면으로
전환하는 시점(경기전환점)으로서 경기의 순환움직임을 보여주는 상승 하강
곡선상의 정점 또는 저점으로 나타난다.

기준순환일은 개별지표를 선행 동행 후행지표로 구분하고 이에따른
경기대응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한편 경기가 처해 있는 국면상의
위치를 파악하는데 참고가 된다.

그런데 기준순환일에 관한 판단은 사실상 사전적으로 정확히 내리기가
어렵고 GDP등 판단에 필요한 충분한 데이터가 모아진 시점에서 이를
참고하면서 엄밀한 검토를 거쳐 결정되는 것이 국제적인 관례이다.

따라서 보통 어느 나라나 정식의 기준순환일은 기준순환일이 나타난뒤
1~2년후에 확정되는 것이 보통이다.

미국은 상무부가 경기지표를 작성 발표하고 기준순환일은 민간연구기관인
NBER 에서 확정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경제기획청 조사국장의 사적 자문기관인 기준순환일
검토위원회가 기준순환일을 확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72년3월 경기저점부터 93년1월 경기저점까지 11회의
기준순환일을 설정하여 발표해 왔다.

우리나라에서 기준순환일은 각종 경기지표및 통계적 방법에 의한 추정,
기준순환일 당시의 경기동향등을 토대로 학계 연구기관등의 경제및 통계
전문가 회의를 통하여 확정된다.

가장 최근인 93년1월의 경기저점에 관한 잠정 확정은 작년 9월15일
통계청에서 개최된 전문가회의에서 이뤄진바 있다.

따라서 현재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6번째 경기정점 시기의 확정은
실제로 경기정점이 나타나고 일정기간이 지난뒤에 확정될 성질의 것이라
할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