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를 헌법에 규정해 놓고 있는 우리나라는
정부가 종교에 대해 특정정책을 세워 종교활동을 규제하거나 통제할수 없게
되어 있다.

그렇지만 형사사건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정부가 특정기준에 따라 그
종교나 종파에 대한 진위판단까지 행해온 사례들이 많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50년대말의 전도관사건, 동방교사건(65년), 오대양
사건(87년), 시한부종말론사건(92년)등인데 그때마다 정부의 관계부서와
종교관련 학자들이 모여 규정했던 "진짜종교"와 "가짜종교"에 대한
판단기준을 훑어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된다.

"가짜종교" 판단기준의 첫째는 반사회성이다.

성윤리문제나 말세 개벽등 현세 부정태도가 반사회성의 지표가 되고 있다.

두번째는 신도들의 성금을 유용하는등 형사상 불법행위이고 세번째는
교리가 황당무계하여 비과학적 비근대적인지가 판단기준이 된다.

마지막으로 기성 종교의 교리를 혼합하고 있을 경우다.

이런 종교진위 판단기준이 꼭 옳다고만 할수는 없지만 상식적인 판단기준
은 될듯하다.

그러나 속화될대로 속화돼 이미 문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역할을 상실한지
오래여서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중의 하나일 뿐인 지금의 종교에
이런 판단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시켜본다면 "가짜"가 아닌 종교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서울가정법원이 배우자의 비정상적인 종교활동은 이혼사유가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원고의 부인이 "헌금을 적게 내는 것은 하나님의 재물을 도둑질하는 것"
이라며 가정형편을 무시하고 과다한 헌금을 한 것과 신앙생활에 몰입해
아들의 식사까지 제대로 차려주지 않아 "가정파탄"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다.

그 부인이 어떤 종교를 믿고 있는지는 거론할 필요도 없고 신앙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그 종교가 "진짜 종교"였다면 우선
종교가 이성에 반하는 것이 아님을 가르쳤어야 했다.

"맹신은 십자가를 좀먹는 것"이라는 사실도 깨우쳐 주었어야 했다.

요즘 우리 사회는 "전통문화 보호"라는 명목으로 "가짜 종교"라는 분류
에서 벗어난 무속인들의 예언이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는등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종교는 개똥벌레와 같아서 반짝이기 위해서는 어둠을 필요로 한다"는
쇼펜하워의 명언이 생각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