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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면에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의 공식연구기관이 싱가포르동남아
연구소(ISEAS/회장 안청시 서울대교수)가 싱가포르 영문일간지 비즈니스
타임스와 공동으로 월1회 발행하는 ''지역동향(TRENDS)특집에 실린 주요기사가
게재됩니다.

본사는 한국동남아학회(KASEAS/회장 안청시 서울대교수)와 공동으로
''지역동향''기사에 대한 국내 독점게재권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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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손 쿠루스 <말레이시아연합 개발연구학회 객원연구원>

지난 7월 28일 베트남은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7번째 회원국으로 정식
가입했다.

불과 80년대 후반까지만해도 아세안 회원국들과 이념적 대치상태에 있었던
베트남이 가입함으로써 "아세안확장"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캄보디아와 라오스등 나머지 인도차이나 국가들과 미얀마도 베트남의
선례를 따라 가입,2000년까지 아세안 회원국수는 10개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렇게 될 경우 아세안은 동남아 지역의 앞날을 결정하는데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도 동남아의 지위는 크게 높아진다.

또 이 지역을 다른 지역과 연결시켜주는 주요 매개체가 될 것이며 따라서
동남아, 아시아.태평양, 더 나아가 세계의 사회 경제 정치적 미래를
그려나가는데 대표성을 갖춘 협력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새로운 도전,책임강화,잠재적인 내부분열이라는
그림자도 따라붙게 된다.

아세안이 이를 감당할 능력을 갖고 있을까.

아세안 확대에 따른 일차적인 문제는 회원국이 많아지면서 만장일치의
합의도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6개 회원국 체제에서도 만장일치를 매끄럽게 이끌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창립 6개 회원에 비해 경제적으로 뒤떨어져있는 국가들의 새로운
회원가입은 아세안의 "타협과 친선의 정신"에 대한 한계를 시험하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새회원국들이 아세안 역외투자의 새로운 경쟁자로 비쳐질까, 거꾸로 신입
회원국들은 선진 회원국들의 투자를 착취로 받아들일까.

이같은 문제가 의미있게 다뤄지지 않고 무시된다면 아세안은 "절망적이고
불평등한"조직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이는 분명 아세안확대의 당초 목적과는 다른 것이다.

더욱이 동남아 국가들은 인도차이나반도를 자국의 "뒷마당"쯤으로 여기고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기위해 서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경쟁상황이 회원국간 분열을 몰고 올 수도 있다.

그러나 베트남이 아세안에 가입했으며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도 자국의
이해를 좇아 베트남의 선례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볼때
아세안확대에 따른 이익이 잠재적 부작용을 압도함에는 틀림없다.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까지 아세안에 가입할 경우 아세안자유무역지대
(AFTA)는 사실상 동남아전역을 묶는 자유무역지대로 부상하는 셈이다.

이로 인해 아세안은 투자와 무역대상으로 매력을 더하게 되며 역외무역
대상국과들과의 협상에서도 더욱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

정치와 외교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아세안은 새 회원가입으로 남사군도등 미묘한 분쟁을 둘러싼
역외국가들과의 협상에서 "입지강화"라는 혜택을 입고 있다.

말레이시아 필리핀 브루나이등 남사군도의 일부 영유권을 주장하는 기존
아세안회원국에 베트남이 가세함으로써 남사군도 분쟁은 더욱 "아세안적인"
문제가 됐다.

만약 아세안이 남사군도 전체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중국에하나의
세력으로 맞선다면 베트남의 가입은 "구조적인 세력추가"역할을 하는셈이
된다는 얘기다.

아세안이 과거 무역문제에 있어서도 일본과 호주에대해 비슷한 태도를
취했던 점에 비춰볼때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아세안은 단기적으로 창립멤버들에게 더 큰 무대로 진출하는 발판역할을
하는 한편 부분적으로는 아세안을 뛰어넘어 더 큰 지역협정을 노리는 일부
회원국들의 야망을 견제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회원국들이 국제무대에 과감히 뛰어들거나 철수할 수 있는
"홈베이스"가 될 것이다.

어떻게 되든간에 아세안확대가 가치있는 모험임에는 틀림없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