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선 옥천역에서 영동쪽으로 5백m쯤 가다 오른쪽으로 과선교를 넘으면
역사뒷편을 중심으로 나무숲이 우거진 6만여평 규모의 넓은 공장이
나타난다.

트랙터 경운기등 농기계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국제종합기계 옥천공장.

이 회사는 노사화합을 위해 친인척을 중심으로 직원을 채용한다.

근로자들의 사내공모를 통해 신입사원을 먼저 모집하고 부족인력만을
외부에서 충원하는 독특한 방식이다.

이 제도는 지난 93년 새 경영진이 영입되면서 시행한 첫번째 경영전략이다.

현재 전직원의 20%정도가 가족사원들이다.

신현우사장은 "생산직 근로자들의 90%이상이 옥천지역 주민들이며 이를
바탕으로 가족공동체 회사를 만들었다"고 소개한다.

이같이 끈끈한 인맥중심으로 구성된 이 회사도 한때 노.노갈등으로 곤욕을
치른 뼈아픈 경험을 갖고있다.

지난 87년 민주화열풍이 불면서 이 회사는 노.노갈등으로 매년 홍역을
치렀다.

노조집행부의 장기집권에 따른 근로자들의 반발이 불거져나온데다 새
집행부 구성이 추진되면서 노.노간 갈등의 뿌리는 깊어졌다.

이 회사는 지난 92년 9월부터 12월까지 4달동안 공장가동을 거의 중단한
채 위원장선거에 매달렸다.

노.노간 갈등의 최대 피해자는 회사였다.

경기부진의 탓도 있었지만 지난 92년에만 2백42억원이라는 엄청난 적자를
기록했다.

이병철노조위원장은 "끝없는 노.노간의 갈등으로 회사와 근로자 모두가
피해를 보고있다는 분위기가 92년말부터 확산되면서 근로자들이 먼저
화합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노사화합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무렵인 93년초 신사장이 취임,"대립관계를
암시하는 "노.사"라는 용어자체를 사용하지 말자"며 의식개혁운동과 생산성
향상운동을 전개했다.

우선 생산.관리직 구분없이 전사원이 매주 4시간씩 생산라인을 올스톱하고
전문교육기관으로부터 의식교육을 받았다.

공장가동을 중단하면서까지 전직원을함께 교육시킨 것은 "우리는 한가족"
이라는 것을 인지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시간관리운동인 JIT(Just In Time)운동과 자신이 맡은 기계를관리하는
마이머신(My Machine)운동을 회사차원에서 적극 추진했다.

이 운동에 근로자들도 아무런 불평없이 참여했다.

근로자들은 30분 이른 아침 8시전에 출근해 자신이 맡은 기계를 점검하고
주변청소를 시작했다.

노조측도 작업시작 5분전에 작업준비를 끝내도록하는 근무시간 지키기
운동을 벌여 나갔다.

또 음식을 남기지 않는 "잔밥줄이기 운동"과 "화장실 청결운동"도 함께
추진했다.

이는 생산성향상과의 경영실적호전으로 나타났다.

이 운동 전개 첫해인 93년에 적자폭을 79억원으로 줄인이후 94년에는
31억원의 첫 흑자를 달성했다.

올 상반기만 57억원의 흑자를 기록,연말까지 90억원의 흑자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사장은 "전직원 모두가 오는 97년 기업공개와 2000년대 세계 10위권
농기계업체로의 도약이란 목표아래 굳은 결의로 뭉쳐있어 우리회사에서는
노사화합만 있다"고 강조한다.

회사측은 모든 경영상태를 근로자들에게 공개한다.

가족들에게도 통신문을 통해 회사사정을 알린다.

1년에 두번씩 가족을 초청, 현장견학을 시킨다.

물론 가을 체육대회도 열린다.

이 회사는 "불량률제로" "낭비제로" "지연제로" "재해제로"등의
제로제로작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2백억원을 들여 설비자동화를 추진해 불량률을 크게
떨어뜨렸다.

엔진관련부품과 미션관련부품에서의 불량율을 종전의 3만PPM에서 1백PPM
이내와 1천PPM수준으로 각각 낮췄다.

또 사장을 포함한 관리직들도 연간 30시간 이상씩 정비 조립등의
현장실습교육을 받아 이미 전직원의 애프터서비스 및 판매요원화를 완료했다.

지난 8월에는 노사공동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추진한 결과 ISO 9001을
획득 하기도 했다.

노사는 내년도 매출목표를 5천억원으로 잡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계획수립에 들어갔다.

특히 해외시장 개척을 강화, 수출비중을 현재의 20%수준에서 오는 2000년
까지 80%수준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위원장은 "생산현장 근로자들과 늘 가까이 있기위해 본관입주를
고사하고 생산현장에 조합사무실을 마련했다"며 "노사화합은 근로자들이
먼저 나서야 그성과가 배이상 커진다"고 힘주어 말한다.

< 옥천=이계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