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시에 자리잡은 빙그레공장은 쉴새없이 쏟아져나오는 근로자들의
아이디어와 노조의 활발한 사회봉사활동으로 이름나 있다.

특별한 혁신운동이나 유인책을 제공하지않아도 회사발전을 위한
근로자들의 창의성은 항상 번뜩이고있다.

근로자 3백40여명에 불과한 공장이지만 연간 제안건수가 1만건을
넘나들고있다.

생산2과에 근무하는 박정용씨의 경우 지난해 무려 4백84건의 각종
아이디어를 제공, 80%가량의 제안이 회사시책에 반영되기도 했다.

김재성노조지부장은 "우리공장의 생산액은 지난 92년 6백90억원, 93년
8백21억원에 이어 지난해 9백23억원으로 수직상승세를 타고있다"며 "모두가
한마음으로 회사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김해공장은 전국에 산재한 빙그레 4개공장가운데 하나로 "엘셀런트"
"투게더"등 아이스크림과 각종 유제품을 생산하고있다.

공장내 분위기는 이들 제품만큼이나 부드럽고 온화하다.

현지인 고용이 많아 대부분 지연과 학연으로 연결되는데다 상하간.동료간
돈독한 유대를 이룰수있는 공간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점심시간이 되면 공장내 등나무휴게소에서 노래자랑대회 윷놀이
체육대회등 흥겨운 행사가 마련된다.

노래방기기의 보턴을 무작위로 눌러 노래경연대회를 하는 "도전50곡"
행사는 여성근로자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또 아이스크림 "엑셀런트"의 포장용기를 접는 시합인 "C/T접기"도
상품으로 걸린 각종 운동기구와 도서상품권을 받으려는 근로자들의 빠른
손놀림을 재촉한다.

지난 82년 김해공장 설립때부터 줄곧 공장을 지켜온 지부길관리부장(53)은
"다른 사업장처럼 거창한 화합행사는 별로 없지만 분위기는 우리가 최고"
라며 "간혹 노사간 마찰이 있어도 회사발전에 대한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관계가 악화되는 일이 없다"고 소개한다.

그는 근로자들 사이에 "엄마"라는 애칭을 얻을 정도로 공장 구석구석을
누비며 현장의 고충을 처리하는데 열심이다.

빙그레에서만 33년을 봉직한 지부장이 열성을 보이는 탓에 다른 간부들도
현장을 찾는 빈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김해공장의 노사관계는 한달에 한번씩 열리는 노사간담회를 축으로
움직이고있다.

경영정보가 공개되고 각종 애로및 건의사항이 처리되는 것도 이 간담회를
통해 이뤄진다.

김영욱공장장은 "노사간담회는 상호 신뢰및 자신감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실질적인 내용에 주안점을 두고있다"며 "올하반기에는 간담회의
취지를 확대하기위한 노조간부와 관리직사원간 워크숍도 열 계획"이라고
밝힌다.

그는 올해 5월1일 "근로자의 날"을 맞아 국무총리 표창을 받기도 했다.

노사양측은 지난 3월과 4월 두달간을 "노사화합 실천의 달"로 선정,
공장내 꽃꽂이행사 교양강좌 바자회 등반대회등 다채로운 행사를 펼쳤다.

이같은 분위기는 금년도 임금.단체협상로도 연결돼 교섭시작후 네차례만에
협상이 타결됐다.

인상률은 통상임금기준 남자 7.5%,여자 8%인상으로 결정됐다.

단협에서는 상여금 50%의 통상임금화, 미혼.가족.근속수당인상등이
이뤄졌다.

계속 적자를 내다가 지난 92년부터 흑자로 돌아선이후 안정기조에 접어든
경영내용에 맞춰 최대한 배려를 했다는 회사측의 설명이다.

김해공장은 노동조합의 주도로 작업안전에서 환경관리에 이르기까지
거의 완벽하게 공장을 관리하는 사업장이다.

구내식당의 잔반 줄이기운동에서부터 바다정화운동까지 입체적인
환경정화활동을 벌이고있다.

매주 토요일이 되면 전직원들이 하천정화운동에 앞장서는가하면 공장내
스킨스쿠버동우회는 인근 통영앞바다에서 정기적인 "물맑기"운동을 하고
있다.

안전문제도 노조간부들이 직접 챙긴다.

김영미 노조사무장은 "산재를 예방하기위한 안전점검은 하루도 빼지않고
실시된다"며 "앞으로 노조간부를 중심으로 1일 안전관리담당자를 선정,
활동의 폭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소개한다.

노동조합의 이같은 활동덕분에 김해공장은 지난 90년과 92년, 93년에
환경모범업체로 선정됐으며 94년과 올해는 전국방화관리 대상과
전국안전관리모범사업장으로 뽑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밀양 활성방밭 강가에 개장된 하계휴양소의 운영.관리도 노조의
몫이다.

김해공장은 요즘들어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활동도 부쩍 강화하고있다.

여직원모임인 "라일락회"는 정기적으로 고아원으로 방문하고있으며 매월
성금을 모금, 불우이웃돕기운동도 벌이고있다.

사업장에 대한 애착과 사랑이 이웃으로 번져나가고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영원한 빙그레인"이라는 전직원들의 은근한 자부심이
깔려있다.

<김해=조일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