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면에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의 공식연구기관인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ISEAS)가 싱가포르 영문일간지 비즈니스타임스와 공동
으로 월1회 발행하는 ''지역동향(TRENDS)'' 특집에 실린 주요기사가
게재됩니다.

본사는 한국동남아학회(KASEAS)와 공동으로 ''지역동향''기사에 대한
국내 독점게재권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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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르퐁 피오우 <동남아학회 연구원>

지난 70년 축출됐던 노로돔 시아누크가 20여년간에 걸친 내전끝에 국왕에
복귀한 것이 지난 93년 9월.

새정부는 대외적으로 자유시장 경제를 표방,지난 2년간 통화 안정과
실업률 2.4%유지등의 실적을 올리면서 경제성장의 기틀을 다지는듯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전이 종식되지않은 캄보디아의 정치적 상황은
여전히 불안하며 이는 평화와 발전을 향한 진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불안을 가중시키는 걱정스런 신호가운데 하나는 식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캄보디아는 올 한햇동안 쌀 9만t,생선 2,360t,석유 1,960t을 필요로
한다.

물론 수입이 수출규모를 훨씬 넘어서고 있는 것은 오래전부터이다.

캄보디아는 빈곤을 타개하기위해 새정부 출범이래 줄곧 해외자본유치에
총력을 기울여오고 있으나 외국인투자가 캄보디아 경제발전에 줄수 있는
영향력은 한정되어있다.

왜냐하면 서방측이 정치적 불안을 이유로 적극적인 투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식량및 에너지부족과 열악한 사회간접자본등 번영에의
길은 멀고도 멀다.

해결되지않은 정치적문제는 심각한 경제.사회적 상황을 한층 심화시키고
있다.

폴 포트가 이끄는 크메르 루주군은 론 놀정권을 무너뜨리고 정권을
잡은 지난 75년부터 베트남의 캄보디아 침공으로 79년 축출되기까지
5년동안 소위 모택동주의에 입각한 사회개조작업에 착수,150만명에
이르는 캄보디아인을 학살했다.

그리고 여전히 테러와 게릴라를 동원,현 정부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태국국경에 근거지를 둔 크메르 루주군의 현상황은 그다지
좋지못하다.

크메르 루주의 수장인 폴 포트가 중병으로 위독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권력진공을 매우기위한 내부의 세력다툼이 심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4만명의 정규군을 보유한 라나리드정부가 4만명규모의
병력을 가지고 있는 크메르 루주군에 밀리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 국론분열
때문이다.

제1총리 라나리드와 제2총리 훈센의 세력반분에 따른 내분으로 조용할
날이 없고 군대기강 또한 해이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정부의 의지를 방해하려는 자들의 손길은 캄보디아의 정치적
상황을 악화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이것은 현 정권을 무너뜨릴만한 힘을 가진 크메르 루주세력에 이익으로
작용할 것이다.

현정권이 국가의 정치적 딜레마와 지도부의 낡아빠진 전략적 사고를
재검토하지 않는한 해결방법은 없다.

캄보디아역사의 최대비극중 하나는 권력자들이 자신의 정권안정은
반대세력을 놔두어서는 유지될수 없으며 파괴할 때에만 가능하다고
생각해왔다는 것이다.

현 지도부의 정권유지에 대한 집착은 반대세력에 최대약점이 되며
캄보디아의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므로 캄보디아정부는 무슨일이 있어도 크메르 루주를 몰락시켜야
한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캄보디아의 지도자들은 이같은 정치적 딜레마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것을 멈추고 공통된 딜레마의 원인을 찾는법을 배워야한다.

캄보디아의 모든 악의 근원은 크메르 루주군의 대량학살에서 유래하는
것이 아니라 무정부상태에 기인한다.

크메르 루주에 대한 가혹한 조치및 처벌들은 캄보디아에서의 법과
질서의 회복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을 캄보디아의 지도부는 깨달아야
한다.

캄보디아에서 필요한 것은 평화안정을 희생하면서까지 크메르 루주를
처단하는 순간적인 민주주의가 아니라 무정부상태를 벗어나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