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인턴사원제도가 올해로 실시 11년째를 맞으면서 국내 기업들의
새로운 채용시스템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지난 84년 LG그룹이 최초로 도입한 이래 현대 대우 선경 쌍용 한진 기아
한화 두산 효성 동양 등 대기업그룹들은 물론 은행 보험 등 금융기관들로
까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인턴사원제를 채택하고 있는 기업은 줄잡아
100여개사에 이른다.

첫 도입된 84년이래 지난 연말까지 이 제도를 통해 기업에 실제 입사한
인원은 대략 7,000여명.

기업들은 올해 작년(3,500명)보다 많은 4,000~4,500명을 이 방식으로 이미
채용했거나 채용할 예정이다.

대학 졸업예정자들을 대상으로 매년 상/하반기 두차례에 걸쳐 실시되고
있는 이 제도는 당초 대학생과 일반인들에 대한 기업이미지 제고차원에서
도입됐다.

이를 통해 대학의 우수 인력들로 하여금 산업현장의 주요 시설과 생산라인
등을 직접 견학, 실습케 함으로써 장차 입사하고자 하는 회사의 업무 내용
이나 근무 분위기를 미리 익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최근 기업들이 다투어 인턴사원제를 확대 도입하고 있는 데는 또
다른 까닭이 있다.

우수 인력의 조기 확보가 그것이다.

점차 심화돼 가는 구직난속의 구인난, 특히 첨단공학을 비롯한 이공계 출신
고급 인력들을 기업이 원하는 만큼 확보하기 힘든 현실이 인턴사원제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는 셈이다.

기업에 따라 인턴사원제의 세부적인 운영내용은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일정기간 인턴근무를 시킨뒤 ''별다른 흠이 발견되지 않는 한'' 정식
신입사원으로 채용하는 사실상의 변형 신입사원 선발제도로 정착되고 있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채용시기는 상반기가 매년 5~6월, 하반기는 11~12월에 집중돼 있다.

응시자격은 일반 신입사원 모집에 비해 다소 까다롭다.

군필 또는 면제자로서 이공계와 상경계열에 재학중인 대학 4년생만을 대상
으로 제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형 절차는 기업 소정양식의 지원서와 학과장 추천서 전학년 성적증명서
등을 제출한 후 추천-서류전형-면접의 과정을 거치는 방식-인턴사원 지망생
들이 유의해야 할 대목은 기업들이 인턴사원을 뽑을 때는 일반 신입사원
모집때와 달리 신문광고 등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공개적으로 모집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신문 광고를 내더라도 1~2개 일간지에 단 1회씩의 형식적인 모집광고에
그친다.

대개는 각 대학의 취업담당 부서나 특정 학과의 학과장에게 과별로 할당된
한정된 장수의 추천장을 발송, 뽑고자 하는 인원의 2~5배수 정도 지원을
받아 선발전형을 실시하고 있다.

인턴사원 전형때 필기시험을 보는 기업은 아직 없다.

때문에 하반기 채용의 경우 대부분 기업들이 11월중 지원서 접수를 끝내고
12월에 곧바로 서류전형과 면접시험을 본다.

이어 선발된 인턴들에게는 겨울방학 기간중 2~4주 정도 인턴실습을 받도록
하며 소정의 급료를 준다.

실습기간중 지방대 재학생 등 비연고지 실습생들에게는 숙식도 함께 제공
한다.

일부 기업들은 실습성적 우수자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인턴근무를 마친 실습생 출신들에게는 상반기 신입사원 공식모집때 필기
시험 면제와 수습기간 단축 등의 특전이 부여된다.

(주)대우의 경우는 올 가을 5년만에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부활키로 했지만
지난 91년4월부터 신입사원 선발을 인턴사원 채용으로 전면 대체하기도
했다.

기존 신입사원 모집에 비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문제점이 있기는
하지만 대학 추천을 거친 우수 인력들을 골라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 장기간의 실습과정을 통해 개개인의 학력과 성품 기업관 등을 종합적
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도 인턴제도의 장점으로 꼽힌다.

기업실무자들이 밝히고 있는 또 다른 장점은 인턴출신 신입사원들이 회사
분위기와 업무에 비교적 빨리 적응한다는 점이다.

비교적 빨리 취업이 확정된 인턴출신 신입사원들은 입사전에 회사에서 제공
하는 어학 컴퓨터 등의 교육을 받으며 실제로 회사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학습을 할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각 기업이 인턴사원 채용에 적극적인 것은 공채출신자보다 인턴
출신들의 이직률이 크게 낮다는 사실 때문.

물론 일부 대기업들이 명문대 출신의 소수 인재들을 조기 확보하는 수단
으로 인턴제도를 편법 활용하는 사례도 없지 않지만 점차 그런 부작용이
해소돼 가며 새로운 채용시스템으로 뿌리를 내려가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 이학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