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50년을 화려하게 자축했다. 그간 경제적으로는 많은 발전을 했다.

그러나 정신적으로는 어떠했는가.

앞으로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냉정하게 뒤돌아 보아야 할 때이다.

필자는 해방직후 시골마을에서 유행하던 패러디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왔다갔다 학교 내일모레 면사무소 다짜고짜 경찰서 먹고나보자
재판소''

왔다갔다 학교 : 일제시대 한국인에게는 제대로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해방이 되자 그간 억압된 교육열이 폭발하여 각급학교가 많이 세워졌다.

하지만 제대로 된 선생이나 교과서가 없었다.

학생들은 그저 학교를 왔다갔다 하는 일이 전부였다.

학교는 공부를 하는 곳이 아니라 간판을 얻는 곳이라는 말까지 있었다.

요즘 각급학교의 인성교육이나 교육의 질에 있어서는 많은 문제가
있으나 적어도 통계적으로는 세계적인 교육대국이 되었다.

그것은 국가적인 지원보다는 우리 마을은 스스로가 지키겠다는 의병정신이
교육열에 그대로 발휘되었기 때문이다.

한때는 우골탑이라는 말까지 있었지만 앞으로 노력만 한다면 희망적이다.

내일모레 면사무소 : 공무원에게는 "나리"라는 의식만이 있고 공복이라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민원서류 하나 만드는데도 내일오라, 모레오라 하며 전혀 움직이질
않았다.

최근까지도 관공서에 급촉료라는 말이 있었고 삼풍백화점 사고때 노출된
것처럼 사업 공사에는 떡값이 상식이며 그 전통은 해방때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세금의 착복,조폐공사의 돈챙기기,폐기지폐의 횡령등 마치
고양이 새끼에게 생선토막을 맡긴듯한 상황이다.

그러나 사무처리가 정보화되고 공무원의 교육수준이 높아짐으로써
관공서의 분위기를 많이 바꾸어 놓았다.

다짜고짜 경찰서 : 지금도 폭력수사 고문등의 낱말이 신문기사에 자주
오른다.

특히 군사정권때는 성고문 고문치사와 같은 수치스러운 사건도 있었고
삼청교육대의 악몽은 지금도 화제거리가 되고있다.

그러나 경찰관의 질의형상은 분명히 진행되어 있어서 희망적이다.

먹고나보자 재판소 : 법의 정치적 판단,또는 법관의 전관예우라는 말은
재판소 근처에 아직도 먹고나 보자는 분위기가 상당히 남아 있음을
시사한다.

권력자에게 법은 약하며, 없는자 약한자에게는 혹독하다.

사소한 소득이나 소액의 뇌물 사기 횡령등을 범한 일반국민은 중법으로
다스리고 "성공한 쿠데타는 벌할수 없다" 또는 수억대의 뇌물 사기 횡령
등을 범한 지도자 정치인들은 사면복권이 되기도 했다.

약자와 강자에 대한 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닌가.

이상의 사실에서 우리 해방 50년의 의식발전상에 대해 각자 점수를
매기고 조용히 우리의 현재의식의 실상을 생각해 보자.

아직도 조선시대 일제 군사통치시대의 악의 유산이 그대로 남아있음을
알수 있다.

그러는 가운데 교육계에서 보인 의병적 자율성,민중적 차원의 정의
실현의 바람은 살아있다.

지도자의 희생만 있다면 얼마든지 발전할수 있는 한국민이다.

필자는 원형론의 입장에서 민족을 거대한 인간과 같은 생명체로
본다.

인간에게는 육체와 정신이 있다.

육체는 체격 체질을 말하고 정신은 기상 기품을 말한다.

인간은 비교적 쉽게 체질을 개선할수 있다.

미용체조,식생활의 조정,심지어는 성형수술로도 가능하다.

해방이후 우리는 국력신장을 육체적인 면에서만 생각해 온것이다.

경제성장,도로망 확장,정보통신수단등 신체적인 영양소도 먹고
미용수술도 했다.

그러나 국가적 품위,개인에게 있어서의 인격에 해당하는 국격은
별로 향상되지 않았다.

이제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역대정권이 진정 민족의 미래를 위해 힘썼다면 정신적으로도 성장할수
있었을 것이다.

누구를 위한 정치인가를 냉정하게 생각해 주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