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견인차라고 하는 자동차산업계에 때아닌 위기설이 나돌고
있음은 그냥 지나쳐버릴 일이 아니다.

올들어 7월말까지 수출만해도 작년동기에 비해 61%나 급증하는등
한참 잘 나가고 있는 판에 무슨 뚱딴지같은 얘기냐고 반문할지도
모르지만 수출과 내수의 2대 체감지표 뿐만 아니라 자동차메이커의
경영환경이 심상치않게 돌아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엔저 현상이 한국의 자동차수출에 미치는 악영향은 새삼 재론할
필요조차 없다.

일반적으로 환율변동은 4~5개월의 시차를 두고 수출에 영향을 미치게
돼있다.

이른바 J커브효과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의 엔저현상은 올 연말께나 내년초부터 한국의 자동차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멀지않아 한국의 자동차수출에 비상이 걸릴 것이란 전망은 바로
이같은 논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위기설을 뒷받침하는 또다른 징후는 내수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0년이후 연평균 15.6%의 신장세를 보여왔던 내수시장은 올들어
지난7월까지 작년동기에 비해 3.6%나 감소했다.

감소요인이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이는 우리나라 내수시장도 대체수요가
신규수요를 앞지르는등 성숙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징조라고 할수
있으며 이같은 선진국형 저성장시대가 업계의 예상보다3~4년이나
빨리 찾아왔다는 것이 문제다.

여기에 개별기업의 경영환경 역시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수지면에서도 지난 상반기중 현대자동차를 빼놓고는 대부분의 업체가
적자를 기록했다.

또 삼성과 쌍용의 승용차사업진출로 미구에 사활을 건 싸움을 치러야
할 판이다.

이런 저런 사정을 감안해 볼때 위기설을 그냥 귓전으로 흘려보낼
일은 분명 아니다.

모두가 관심을 갖고 우리 자동차산업의 현주소와 미래를 재검토해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것이다.

우리의 자동차수출이 엔화가치의 변동에 따라 일희일비를 되풀이해오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산자동차가 해외시장에서 지금까지 가격경쟁력
하나만으로 버텨왔다는것을 의미한다.

가격경쟁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역시 믿을 것은 기술과 품질경쟁력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자동차산업의 품질경쟁력은 양적 성장을 못
쫓아가고 있는것이 사실이다.

최근 미하버드대학이 실시한 세계자동차 품질비교연구결과에 따르면
90년대에 개발된 신차의 품질지수는 일본이 61,유럽59,미국42인
반면 한국은 21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업체들은 이같은 품질에서의 열세를 물량으로 만회하기위해
해외시설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지만 지금처럼
해외에서 단순조립생산형태로 생산능력만 확대한다고 해서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받기는 어려울것이다.

무엇보다도 엔진 디자인등 핵심부문에서 독자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본다.

자동차산업은 오랫동안 축적된 회사고유의 기술이 경쟁의 주요
원천이 되는 대표적 산업임을 관계자 모두가 다시한번 상기해야
할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7일자).